[연예가Y파일] 차인표 '암만 촌티나도 인기 좋다'
기사입력 1998년 01월 23일 15시 58분
International Miserable Fool(IMF) `국제적으로 비참한 멍청이'가 되어버린 우리 국민들. 구멍가게 할아버지들부터 화려한 백화점 매장까지 온통 한숨 소리에 귀가 멍멍할 지경인데 한 잘나가던 재벌 2세 청년이 촌티 철철나는 개털로 망해놓고는 혼자서 입이 째져서 다닌다. MBC TV 주말연속극 `그대 그리고 나'(연출 최종수)의 차인표.
극중 군대에서 막 제대한 차인표는 단지 옷걸이 하나만 믿고 부잣집 딸네미 꼬시기에 여념이 없다.
본격적으로 제비 활동에 나선 차인표의 첫 촬영. 평소에 착실하기로 소문난 배우지만 오늘따라 촬영스케줄이 3분 앞으로 다가왔는데도 감감 무소식이다.
툴툴 거리면서 촬영 스케줄을 바꾸고 먼저 다른 신부터 준비하기로 했는데 웬 이상한 남자가 헐레벌떡 뛰어들어오는게 아닌가.
꺼벙한 기지바지에 파란 안경테에 파란 알맹이의 선글라스를 끼고, 동네 아줌마 파마를 하고 나타난 묘령의 그 사나이.
"어! 작곡가 박춘석 선생님 아니야?" 하는 순간.
예의 씩씩하게 외치는 소리.
"늦어서 죄송합니다."
며칠전 `황새를 따라가려다 가랑이 찢어진 뱁새'같은 모습을 보여준다고 큰소리 치던 차인표. 정말 그러고 나타나리라고는 누가 상상이나 했을까.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이건 너무 촌스러워요."
"도대체 전혀 균형이 안맞잖아요."
스탭들이 난리가 났다.
근데 당사자는 혼자서 거의 침을 흘릴 지경으로 신이 나있다.
"우와, 오늘변신 성공!"하면서 만세를 부를 판이다. 하긴 갓 제대한 새끼 제비가 어렵사리 마련한 옷과 선글라스가 오죽 할까.
그때 귓전을 때리는 호된 꾸지람.
"근데 도대체 왜 늦은거야?"
호랑이 PD열(최)종수(작품에 있어서 승부욕이 강해 핏대 열을 잘낸다고 부처진 애칭) 선생님이다.
"사실은 오늘 이 의상 준비를 못하고 애라한테 부탁했는데 선글라스를 두 개 사왔거든요. 하나는 은테에 노란 선글라스구, 하나는 이건데 애라 가 자꾸 바지 색깔이랑 맞춰서 노랑거 쓰고 가라는 바람에…. 이 바지도 어제 예비군 훈련 마치고 이정재씨한테 소주 사줘가면서 겨우 빌린거란 말이예요."
기가 죽어서 쭝얼 쭝얼거리는 우리의 촌놈 차인표.
한참을 쏘아보던 PD가 황당해서 웃어버리고 말았다. 바지 색깔이 소위 `ddong'색깔이었던 거다.
세상에 아무리 시골 촌뜨기가 되버린 신랑이라고 해도 어떤 새신부가 똥색 바지에 파란 선글라스를 쓰고 뽀글뽀글 퍼머 머리를 해가지고는 콧노래 부르면서 대문 앞을 나가는데 바가지를 안긁겠냔 말이다.
어쨌거나 그 포스트 모던한 복장 때문에 한창 인기가 상승중인 차인표. 두식구 살림하느라고 주머니도 슬슬 비어 극중에서 처럼 개털이 되어가지만 그래도 마음만은 신바람이 한창이다.
김민성(MTM대표, 대경전문대 연영과 교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