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과성의 풍속사] (21)향수
기사입력 1998년 01월 23일 15시 58분
18세기 프랑스의 루이 14세 때는 `여자의 향기' 시대였다. 귀부인과 궁정의 애첩들은 장마철에 빗물 뒤집어쓰듯 향수를 온몸에 처발라댔다. 그래서 베르사유 궁전과 귀족들의 저택은 `여자의 향기'로 넘쳐흘렀다.
왕의 애첩이었던 몽테스팡 부인은 홀라당 벗고 알몸으로 침대에 올라가 매일 두세시간씩 향수와 향유로 온몸을 문질러대는 습관이 있었다. `여자의 향기'를 풍기려고.
퐁파드르 부인 역시 향수와 향료수를 물처럼 사용했다. 그녀가 향수값으로 지불한 돈만 해도 1년에 무려 100만 프랑이었다.
루이 15세 때도 향수는 강물처럼 넘쳐 흘렀다. 여자들은 음부 세척기인 비데에도, 관장기에도 어김없이 향수를 넣었다. 귀부인들은 방귀 냄새를 없애주는 향수까지 애용할 정도로 사치를 부렸다.
그가운데 루이 15세의 애첩이었던 뒤바리 백작부인은 열렬한 향수광이었다. 그녀는 용연향으로 자신의 음부를 씻는 버릇을 갖고 있었다. 그 냄새가 얼마나 지독했던지 그녀의 침대를 찾은 루이 15세는 코를 감싸쥐곤 했다.
고대 인도의 여인들도 음부 냄새를 없애기 위해 부단한 노력을 기울였는데, 그런 냄새 제거술이 미장술의 하나로 자리잡을 정도였다.
인도의 오래된 성전(性典) `카마수트라'와 `라티라하스야'에도 "양귀비와 재스민꽃의 엑기스를 약한 불에 끓여 그것을 ××에 바르면 성교중에 그윽한 향기가 풍기도다", "검은 깨, 연꽃 등으로 만든 기름을 ××에 바르라. 또 식물의 일종인 아브하야와 니무바, 당밀의 훈연(薰煙) 따위를 조린 국물로 세척할지어다"라는 구절이 있다.
고대 그리스나 로마에도 비슷한 습관이 있었다. 여자들은 비데의 전신이라 할만한 여성용 국부 세척기같은 것을 사용하기도 했고, 향수를 떨어뜨린 온수를 해면에 적셔 국부 세척을 하기도 했다. `여자의 향기'를 풍기기 위해.
고대 중국의 처첩이나 창녀들도 용연향이나 사향이 든 작은 주머니를 질 내에 삽입하고 남자들과의 잠자리를 기다리곤 했다.
하병무 원작의 초베스트셀러 소설 `남자의 향기'가 2년여의 준비끝에 영화화 작업에 들어갔다고 한다. 한 여자를 향한 한 남자의 절대사랑을 `남자의 향기'로 표현해낸 작품이다.
어려운 시기다. 특히 남자들에겐. 그래도 남자들이여, `여자의 향기'에 주눅들지 말고 `남자의 향기'를 잃지 말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