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내장외] 이상훈-김선우 '뒤바뀐 운명'
기사입력 1998년 01월 23일 15시 01분
★…작년말 한국야구위원회（KBO）가 아마선수의 해외 유출을 막겠다며 팔뚝을 걷어붙이고 나서자 보스턴 김선우는 불안하기 이를데 없었다.
메이저리그 진출은 고사하고 계약식을 위해 무사히 김포공항을 빠져나갈 수 있을지도 미지수였다.
반면 LG와 보스턴의 합의 아래 조인식 날짜만 기다리던 이상훈은 장밋빛 인생이 시작되는가 싶었다.
과묵한 성격의 그도 입가에 엷은 미소를 띠며 메이저리그 진출에 대비해 열심히 달렸다.
하지만 며칠새 입장은 정 반대로 변했다.
메이저리그 커미셔너 사무국에서 이의를 제기한 것은 KBO가 기대하던 아마선수 스카우트가 아니라 아무 문제가 없어보이던 이상훈의 계약.
졸지에 김선우는 `메이저리그의 적자'가 됐고 이상훈은 `국제적인 분쟁의 대상'으로 뒤바뀌고 말았다.
우연치않게 미국 언론의 반응도 변했다.
`한국의 에이스'로 소개되며 얼마전까지 미국 팬들의 논쟁 대상이 될 정도로 관심을 모았던 이상훈의 이름은 미국 언론에서 일제히 사라져 버렸다.
보스턴 언론도 관심을 가질 법한데 이상훈의 미국행이 늦춰졌다는 말 한마디 없다.
대신 김선우는 각 신문에서 보스턴의 새 희망으로 포장되고 있다.
보스턴의 단 두켓단장은 지난 6일 인터넷 공식사이트를 통해 팬들에게 편지를 띄웠다.
"한국의 20승투수 이상훈이 큰 몫을 해줄 것으로 믿는다" "한국의 젊은 에이스 김선우를 영입해 활약이 기대된다" 등등.
그런데 이상한 일이 생겼다.
이상훈의 미국행에 제동이 걸리자 며칠새 두켓단장의 편지에서는 `이상훈'이라는 이름이 사라졌다.
운명의 장난으로만 보기엔 너무 묘한 현실이다.
[전동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