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신입사원 연수는 '공포체험'
기사입력 1998년 01월 22일 15시 26분
`신입사원 연수는 극도의 공포체험（?）'
대기업 새내기들이 극도의 공포감에 떨고 있다.
요즘 한창인 신입사원 연수에 참가하고 있는 대기업 새내기들이 최근 경제상황 탓에 한층 험악（?）해진 연수원 분위기에 혀를 내두르고 있는 것.
IMF한파를 실감하기 전인 지난해 후반, 대기업들은 계획된 수의 공채 신입사원을 뽑았지만 해를 넘기고 정리해고의 회오리가 몰아치면서 신입사원들의 위상은 아무래도 예전만 못하다.
게다가 일부 기업은 연수 태도가 불량한 새내기는 즉각 퇴사조치 하겠다는 단호한 의지까지 보이고 있어 활력이 넘쳐야 할 연수원에 무서운 긴장감마저 감돌고 있다는 것.
이달초부터 250명의 신입사원 연수에 들어간 D그룹의 경우 강의 때마다 강사 외에 감독관을 따로 참관시키고 있다.
감독관의 임무는 강의시간에 졸거나 떠드는 신입사원을 일일이 체크하는 것.
3월말까지 신입사원 연수를 계속하는 S그룹은 아예 강의실에 CCTV 카메라를 설치해 수업 태도가 불량한 새내기를 집어내고 있다.
얼마전 S그룹의 연수를 마친 김모씨（29）는 "강의시간에 불참하거나 떠드는 것은 상상조차 못하며 조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옆에 앉은 친구와 서로를 감시하는 경우까지 있다"고 털어놨다.
모 기업은 강의시간에 지적을 당하면 교실 뒤편에 서서 강의를 듣게 하는가 하면 반성문을 받는 등 고등학교 시절에나 있을 법한 장면을 연출하고 있다.
강의실을 나와도 새내기들의 불안감은 가시지 않는다.
이전같으면 즐겁게 참여했을 팀별 장기자랑이나 체육대회, 극기훈련 등도 필사의 노력을 필요로 하는 과목이 돼 버렸다.
장기자랑에서 지지 않으려고 밤새 연극대본을 잡고 씨름하는 경우는 다반사며 극기훈련에서 낙오하지 않기 위해 틈틈이 체력단련을 하는 사원들도 눈에 띄게 늘었다.
상황이 이렇자 전에 흔했던 연수원내 음주족들도 모습을 감춰 약간의 음주는 허용하고 있는 L그룹의 연수원 매점에는 맥주가 팔리지 않은 채 그대로 쌓여 있다고.
최근 L그룹에 입사한 최모씨（27）는 "요즘의 신입사원 연수는 조금의 틈도 용납하지 않는 분위기여서 일부에서는 신입사원 연수가 공포체험으로 통하고 있을 정도"라며 "얼마전 모 기업에 들어간 한 친구는 연수기간동안 음주를 했다는 이유로 퇴사조치당하기도 했다"고 말했다.
[서태원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