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과성의 풍속사] (18)불륜
기사입력 1998년 01월 20일 15시 33분
얼마전 30대 남자가 처제와의 이룰 수 없는 사랑을 비관, 동반자살한 사건이 있었다. 지난 12일 윤모씨（32）가 처제 백모씨（29）와 함께 `사랑했기에 죽음으로 결혼한다'는 유서를 남겨놓고 동반자살한 사건이다.
아내의 자매들과의 불륜은 금기시되고 있지만, 지척의 이성（異性）이라 그런지 종종 `사고'도 발생하는 것이다.
`생활이 그대를 속일 지라도, 슬퍼하거나 노하지 마라…'는 시로 유명한 러시아의 시인 푸슈킨（1799∼1837）은 아내의 두 자매와 불륜을 벌인 러시아판 돈 환이다.
고려대 노문과 고일 교수가 번역한 `푸슈킨 비밀일기'（도서출판 작가정신）를 보면 그의 행각이 적나라하게 드러나 있다. 일기를 보면 처형들과의 불륜은 아내의 방조 내지 협조하에 이뤄진 것같다.
[N（푸슈킨의 아내인 나탈리야 니콜라예브나 푸슈키나）은 나중에 자기 언니들을 일부러 우리집으로 데려왔다고 고백했다. 나도 이미 알고 있던 사실이었다. 그들을 어머니의 손찌검과 정신나간 아버지로부터 구출해주는 외에도, N은 내가 자기가 아는 여자들에게 넋을 잃는 편이 낫다고 생각했다.]
[아자는 추파를 던지고 함께 어울리는 단계조차 생략하고 내게 무릎을 꿇었다. 그녀는 죽을 때까지 처녀로 남아 있을까봐 겁을 내고 있었기 때문에 주저없이 내게 몸을 맡겼다.]
[아자는 나의 마음을 정복했다. 내가 처음으로 그녀에게 키스했을 때 혀로 한번 나를 밀어내려고 한 것이 그녀가 내게 보인 반항의 전부였다.]
[나는 N에게 아자를 우리 침대로 초대하자고 제안했다. 그러나 그 제안을 하는 순간 나는 후회했다. 우리 관계에 틈이 또하나 생겼기 때문이다. N은 경멸을 담은 눈으로 나를 보면서 말했다. "당신은 내가 생각했던 것보다 더 더럽군요."]
[코코는 자기 손을 이용하여 자신의 성기 안에 어떤 기쁨이 숨어 있는 지를 배운 상태였다. 내 음경을 삽입할 때가 되었을 때 그녀는 만반의 준비가 돼 있었다.]
인용문의 아자와 코코는 바로 푸슈킨의 두 처형이다.
역자인 고일 교수는 "푸슈킨의 비밀일기는 도덕적인 관점에서 보면 문란하기 짝이 없었던 삶의 고백이다. 핵심은 여성의 육신에 탐닉함으로써 삶과 죽음의 비밀, 행복에 접근할 수 있었다는 것이다. 비밀일기의 진위여부에 관계없이 분명한 것은 푸슈킨의 여성편력이 화려했었다는 점"이라고 밝히고 있다.
푸슈킨은 38세 때인 1837년 동서 단테스와 결투를 벌이다 복부에 치명상을 입고 세상을 떴다. 결투의 이유는 아내와 동서의 불륜 때문이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