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슈퍼리그] 최천식 '인간승리'
기사입력 1998년 01월 18일 15시 46분
"아니, 저 선수가 허리척추가 분리되는 부상을 입었던 선수예요? 점프가 20대 선수 보다 더 높은 것 같은데요."
배구선수 최천식（대한항공）을 기억하는 사람들은 요즈음 그를 보고 두번 놀란다고 한다.
배구 공격수로는 최고령인 34세의 나이에도 팀의 기둥센터로 활약하고 있는데다 허리수술 병력의 선수로는 믿기 어려운 탄력있는 점프를 구사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가 17일 데이콤배 98한국배구슈퍼리그 2차대회 성균관대전에서 기록한 블로킹은 무려 7개.
이날 경기에 투입된 9명의 성균관대 선수들이 올린 총 블로킹이 7개였으니 그의 활약상을 짐작할만 하다.
그는 배구선수로선 환갑을 훌쩍 넘긴 나이에 20대의 후배들과 치열한 블로킹 순위경쟁을 벌이고 있다.
그의 1차대회 세트당 블로킹 수는 1.21개.
김상우（삼성화재．1.42개） 이병용（고려증권．1.31개） 서승문（대한항공．1.26개） 등에 이어 남자실업부 블로킹부분 4위에 랭크됐다.
그와 같은 연배인 배구공격수는 모두 코트에서 사라졌다.
그보다 4살이나 어린 제희경 윤종일（이상 현대차써비스） 등이 모두 `원로' 대접을 받으며 벤치에서 쉬고 있는 실정이다.
체력소모가 적은 포지션인 세터 신영철（34．삼성화재）만이 눈에 띌 뿐이다.
더구나 그는 지난 91년 교통사고로 배구선수로는 치명적인 척추분리 수술까지 했던 선수.
지금도 코트를 박차고 뛰어오를 때 뜨끔하는 증상을 느낄 정도다.
그런 선수가 공중으로 80㎝를 점프하면서 블로킹을 해대니 `인간승리'라는 말이 절로 나올 수 밖에 없다.
학창시절부터 술 담배를 멀리해온 자제력과 끊임없는 체력관리, 그리고 병상에 누워있으면서 이를 악물었던 오기가 오늘의 그를 있게 한 것이다.
[대구=김 용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