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마] 베팅클럽 '모여서 머리짜보자'
기사입력 1998년 01월 16일 15시 31분
경마팬들 사이에 `베팅 클럽' 붐이 일고 있다.
베팅 클럽이란 10여명씩 팀을 이뤄 마권을 구입하고 배당금을 똑같이 나눠 갖는 모임으로 혼자 베팅할 때보다 적중확률이 높아 경마팬들 사이에 새로운 베팅방식으로 정착하고 있는 것.
16일 예상업체 관계자들에 따르면 최근들어 과천경마장은 물론, 수도권 일대 20개 장외발매소 곳곳에서 10여명씩 `팀베팅'을 하는 사람들이 눈에 띄게 늘어났다.
이들은 주중에는 클럽 크기에 따라 1인당 4∼5개조의 경주마를 맡아 분석, 경마일 정기 모임에서 정보를 교환한 뒤 정해진 돈을 갹출하는 방식으로 베팅에 들어간다.
지난달 친구들과 함께 정식 베팅클럽을 결성했다는 경마팬 주모씨（37．서울 송파구 잠실동）는 "회원들이 수집한 정보 중 최대공약수를 뽑아 모은 돈의 반을 걸고 나머지 소수의견은 소액분산 베팅한다"며 "혼자 할 때보다 많은 정보를 접할 수 있고 여러가지 변수가 있다는 점을 깨닫게 돼 자연히 소액분산 베팅하게 됐다"고 말했다.
경마장 베팅클럽은 80년대 중반 `증권투자클럽'에서 유래된 것으로 당시 증권가 `개미군단'들은 투자클럽을 조직, 상당한 부를 챙겼던 것으로 알려졌다.
전문가들은 경마계에 베팅클럽 열풍이 불게 된 것은 IMF한파로 실직자들이 대거 경마장에 몰리면서 초보경마팬들의 숫자가 갑자기 늘어난 때문이라고 보고 있다.
즉, 혼자서는 도저히 1천400여 마리나 되는 경주마를 분석할 수 없다고 판단한 초보자들끼리 정보분석 분업화 작업에 들어갔고 이것이 소액분산베팅을 위주로 한 베팅클럽으로 발전했다는 설명이다.
실제로 지난주 입장객은 18만7천445명으로 지난해 개장 첫주에 비해 무려 20.7％나 늘어난 반면 매출액은 597억여원으로 7.7％ 오른데 그쳐, 34만7천원이었던 1인당 하루베팅액은 34만7천원에서 31만8천원으로 크게 줄어들었다.
마사회의 한 관계자는 "IMF한파로 직장을 잃은 사람들이 경마장을 찾아 입장객 수가 급증했으며 이들 중 상당수는 소액분산 베팅을 즐긴 것으로 분석된다"며 "최근 불어닥친 베팅클럽 열풍도 소액베팅을 확산시키고 있는 주요인"이라고 말했다.
서울 용산구 남영동에서 경마방 레스토랑을 운영하고 있는 조종환씨는 "요즘은 4∼5명만 모여도 클럽을 만들려 한다"며 "특히 초보자들은 모험보다는 안전성을 선호하기 때문에 베팅클럽을 IMF시대에 가장 적합한 베팅방법으로 여기고 있다"고 귀띔했다.
[김진수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