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C통신동호회] 알뜰모임 개설 잇달아
기사입력 1998년 01월 14일 15시 43분
IMF시대를 맞아 컴퓨터통신 동호회에도 거품이 걷히고 있다.
기존의 일부 동호회들이 소비지향적이거나 향락적인 요소를 포함하고 있어 비판을 받았던 것과는 달리 최근 개설되는 신규동호회들은 `검소'와 `알뜰'에 심지어 `공짜'까지 기치로 내걸고 있어 통신인들의 환영을 받고 있다.
지난 7일 컴퓨터통신 나우누리에 개설된 `헌책방 사랑모임（go sculture 24）'이 대표적인 예.
60여명의 회원들이 활동하는 이 동호회는 풍요의 세대들이 거들떠 보지도 않던 전국의 헌책방 거리를 알리고 서울 청계천 등에 산재한 헌책방들의 판매서적 리스트와 특색 등을 소개한다.
또 `이 책 좀 찾아주세요'와 같은 게시판에서는 희귀서적을 구한다는 글이 올라오면 `어느 헌책방에서 본 것 같다'는 등 답변이 즉각 튀어나온다.
나우누리의 `막걸리 사랑모임（go isfri 30）'도 걸쭉하고 은은한 서민들의 정취가 배어나오는 모임이다.
`잘 구운 파전에 막걸리 한사발'을 캐치프레이즈로 내걸고 구랍 26일 개설된 이 모임은 IMF한파를 막걸리의 텁텁한 맛과 따스한 정담으로 녹이자는 취지에서 만들어졌다.
정기모임이나 번개모임 장소는 물론 전통주점이나 대폿집이다.
이 모임의 시삽 김수영씨（21．여）는 "우리나라가 못살던 시절 서민들이 하루일과를 마친 뒤 막걸리 한사발로 피로를 풀었듯 회원들이 이따금씩이라도 막걸리집에서 만나 서로를 격려하고 세상사는 이야기라도 나누기 위해 모임을 만들었다"고 말했다.
컴퓨터통신 천리안에는 `공짜로 사는 세상（go small 69）'이 개설돼 눈길을 끈다.
`공짜로 사는 세상'은 IMF시대를 맞아 어떻게든 지갑을 열지 않고 세상을 살 수 있는 비법을 누구나 사이버공간에 밝힐 수 있게 했다.
현재까지 공개된 내용으로는 한 통신인（Z 2778286）이 올린 `맥도널드 햄버거체인에서 얼음 공짜로 얻기' 단 한건에 불과하지만 앞으로 더 많은 비법이 소개될 게 분명하다.
이 통신인이 미국에 살 때 알게 된 방법으로 여행이나 야유회를 갈 때 빈 아이스박스를 들고 근처의 맥도널드 햄버거체인에 가면 서비스차원에서 공짜로 얼음을 채워준다는 것.
따라서 국내에서도 용기를 갖고 시도해 보라고 조언하기도 했다.
한편 기존의 동호회 가운데 천리안 `하드웨어 동호회'는 컴퓨터 업그레이드때 국산부품을 이용하자는 캠페인을 하고 있고, 나우누리 `작은 모임 시삽협의체'는 경제살리기와 불우이웃돕기를 묶은 캠페인을 준비하는 등 건전한 체질개선 바람이 확산되고 있다.
[이백일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