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물공화국] 3전4기(7)
기사입력 1998년 01월 12일 14시 59분
기세 좋게 싸움의 주도권을 잡고 1대2 대결을 벌이던 대국은 팔철의 한방에 휘청거렸다.
그동안 외줄타는 곡예사처럼 아슬아슬하게 버티다가 결국은 안전그물도 없는 벼랑으로 떨어진 것이다.
팔철은 잠깐 동안이나마 대국에게 당한 망신을 되갚기 위해서라도 처절하게 짓밟았다.
이제 얄팍하게 쌍대를 시킬 필요조차 느끼지 못했다.
오히려 대국을 독차지해서 화산처럼 폭발한 분노를 쏟아부어야만 했다.
팔철의 분노는 대국의 온몸에 고스란히 반영됐다.
대국의 앞가슴에 피가 비치고, 뒷다리의 살이 떨어져 나갔다.
최후 저항을 하던 입 주위는 피로 뒤범벅이 됐다.
대국의 온몸이 철거당한 달동네처럼 폐허가 됐을 무렵, 이번에는 `불도저'가 한바탕 짓밟고 지나갔다.
쌍대였다.
계산이 빠른 쌍대는 이번 전투에서 최소한의 공로라도 세워야 `정치생명'을 연장할 수 있다는 판단 아래 오히려 팔철보다 더 혹독하게 대국을 유린했다.
`아무리 친한 친구이자 옛 군주지만 내가 아니더라도 어차피 죽어나갈 운명이다. 나의 생존에 밑거름이 되어다오.'
쌍대는 대국이 듣지 못할 독백을 하며 지근지근 밟았다.
쌍대의 시퍼런 서슬에 놀란 팔철은 공격을 멈추고 쌍대의 `오버액션'을 지켜봤다.
이윽고 태풍이 지나갔다.
태풍은 대국의 시신이라는 흔적을 남겼다.
태풍 뒤의 맑은 하늘은 사파리에서 한껏 높아진 팔철의 위상 같았다.
팔철 공화국의 제1차 `정지(整地) 작업'이 끝난 것이다.
패트롤카는 대국의 시신을 치워주는 것으로 팔철 공화국의 새 단장을 마무리해줬다.
쌍대로서는 다행스럽게도 신분 추락이라는 쓴맛을 보지 않아도 됐다.
여전히 암컷 2마리를 거느리고 살 수 있게 된 것이다.
팔철과 쌍대의 밀월관계가 새롭게 시작된 사파리는 대국이라는 종기가 제거됨으로써 더욱 평온해졌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