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연홍] '궁중생활이 왜 이렇게 힘든나요'
기사입력 1998년 01월 11일 15시 25분
500년 역사를 뛰어넘은 조선조 궁중여인의 환생.
현대적인 감각과 고전 분위기를 고루 갖춘 여대생 탤런트 안연홍(23)이 정갈한 궁중여인으로 변신해 시청자들의 시선을 붙들고 있다.
"양녕빈은 고고한 인품과 인고의 슬픔을 동시에 품은 비련의 주인공이에요."
KBS 1TV 화제의 드라마 `용의 눈물'(극본 이환경, 연출 김재형)에서 양녕빈 광산 김씨로 열연중인 안연홍의 우아한 자태가 신선하다. 매서운 겨울추위를 봄눈처럼 녹일 것만 같다.
촬영장이자 드라마 속의 실제 무대인 경복궁 뜰.
새벽부터 촬영준비로 바빴던 안연홍은 현장에 도착해서도 잠시 쉴틈이 없을 만큼 분주하다.
시종 긴장된 스탠바이 상태에서 머리모양과 옷매무새를 바지런히 가다듬는 그녀의 모습이 마치 천상의 여인처럼 화사하다.
하지만 양녕빈으로 대궐에 들어온 이후 화려한 세자빈의 지위 보다는 줄곧 슬픔과 마음의 상처를 추스르는 처지여서 시청자들에겐 동정의 대상이다.
가례를 올리기 직전 난데없이 벌어진 명나라 공주와의 혼사문제로 치유할 수 없는 상처를 입었고 양녕(이민우)이 아버지 방원의 양위를 거절하면서 불거진 부자간의 알력 때문에 쉼없이 고통을 겪는다.
촬영중 가장 힘들었던 때는 영하 15도의 추위속에 3시간동안 석고대죄하는 장면.
"태종이 세자를 둘러싼 외척세력을 뿌리뽑기 위해 취한 위장 양위를 양녕대군이 거절하는 과정인데 몇번의 NG로 진짜 동태가 되는줄 알았어요. 하지만 덕분에 실감나는 연기를 보여줄 수 있게 됐죠."
안연홍은 `용의 눈물'에선 막내둥이 연기자지만 오는 4월 막을 내리기 까지 가장 인상적인 인물을 연기한다는데 자부심을 갖고 있다.
SBS TV `만강'에 출연한 이후 10개월 만에 한층 성숙한 여인으로 모습을 드러낸 안연홍.
그녀는 양녕이 군왕의 길을 거부하고 방탕과 고뇌의 삶을 짊어지는 과정에서 특유의 내면연기로 시청자들을 사로잡겠다는 욕심이다.
[강일홍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