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민형] 선두 현대전 승리 이끌어
기사입력 1998년 01월 11일 15시 02분
나산_현대전이 벌어진 10일 대전 충무체육관.
현대를 9점차로 물리친 광주 나산 선수들은 경기종료 버저가 울리는 순간 서로 얼싸안으며 벅찬 감격을 나누었다.
몇몇 선수들은 눈시울을 붉혔을 정도였다.
나산의 이날 승리는 남다른 의미가 있었다.
프로농구 사상 처음으로 코칭스태프가 벤치에 앉지 못하는 최악의 상황에서 선수들끼리 치러낸 경기였기 때문이다.
황유하 감독이 8일 SK전서 심판에 항의했다는 이유로 1게임 출전금지를 당한 나산은 최근 김남기 코치마저 사퇴해 벤치에서 팀을 지휘할 사람이 단 한명도 없었다.
하지만 `선장'이 없는 열악한 상황은 오히려 나산 선수들을 똘똘 뭉치
게 한 계기가 됐다.
당초 사령탑 부재로 뒤죽박죽될 줄 알았던 홍학들의 군무（群舞）는 `플로어의 임시 코치'로 인해 어느 때보다 훨씬 일사불란하게 이루어졌다.
이날 황감독을 대신해 코트에서 홍학군무를 멋지게 지휘한 선수는 다름아닌 팀내 최고참 이민형（李珉珩．33）.
이민형은 후배들을 독려하는 야전사령관의 역할과 함께 공격과 수비에서 완벽에 가까운 플레이를 펼쳐보였다.
웹을 맨투맨 마크하는 동시에 헬프디펜스로 맥도웰의 골밑접근을 철저히 봉쇄했다.
또 황감독이 평소 문제점으로 지적했던 드리블을 스스로 자제하는 모습이 역력했다.
이민형은 성급하게 공격을 시도하려는 후배들을 볼 때마다 "템포농구"를 외치며 틈틈이 경기의 흐름을 조절했다.
황감독을 대신해 심판판정에 항의한 것도 `맏형' 이민형의 몫.
이민형은 현대의 `더블포스트' 웹과 맥도웰을 육탄방어한 대가로 4쿼터 4분56초 5반칙으로 퇴장을 당했지만 그가 보여준 34분56초 동안의 투혼은 팬들의 박수를 받기에 충분했다.
[구동회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