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극리뷰] '그 자매에게 무슨일이 일어났나?'
기사입력 1998년 01월 09일 14시 52분
`자매사이의 애증은 피를 나눈 형제이면서 타인보다 더한 질시와 반목으로 잔인하게 나타날 수 있다.'
종합문화예술그룹 (주)서울카르테가 서울 대학로 동숭아트센터 동숭홀에서 공연중인 `그 자매에게 무슨 일이 일어났나?'는 그 답을 제시한다.
미국 헨리 파렐의 원작을 극작가 정복근이 재창작한 이 무대는 한 저택에 칩거해 살고 있는 잊혀진 왕년의 두 스타 자매에 관한 이야기를 담고 있다.
언니 블랜취 헛슨(손숙)과 동생 제인(윤소정)은 서로에 대한 애증이 겹쳐 결국 언니가 동생을 살해할 목적으로 자동차 사고를 내지만 결과는 자신이 불구자가 되고 만다는 게 극의 스토리.
이 무대는 이런 상황을 겪는 자매의 이야기를 심리추리극적인 형식으로 풀어내, 관객들로 하여금 긴장감 속에 작품을 보게 한다.
이들 자매가 갖는 비극적인 정서와 인기가 만든 허상에 급급한 현실과의 괴리현상은 때로 자아도취로, 때로 극도의 열등의식으로 치달으며 착란증세로까지 번질 수 있음을 보여주는 것.
지난 72년 명동 국립극장의 `환상여행'이후 25년만에 한 무대에 선, 국내 정상의 여배우 손숙과 윤소정의 불꽃튀는 연기가 매력적이다.
이들은 자매간에 얽힌 증오와 사랑을 통해 한 인간이 인생을 살면서 가질 수 있는 독특한 심리를 잔잔하면서도 과감하게 토해내 관객들의 박수갈채를 받고 있다.
연출가 한태숙은 공간을 시각적으로 활용하고 극속에 재즈가수를 등장시키는 등 다양한 극중인물의 성격과 여러 볼거리까지 마련, 극에 변화를 주고 있다.
특히 그는 주로 실내 공간에서 이루어지는 배우들의 동작을 여성 특유의 섬세함으로 하나하나 지적해냈다. 그러나 재즈가수의 등장 장면에 동기부여가 미약한 점은 아쉽다.
삼류 편곡자로 변신한 개성파 배우 강신일, 충직한 간병인으로 등장하는 김용선, 국내 블루스 음악의 대모로 불리는 박성연의 노래도 주목을 끌었다.
인간이 지닐 수 있는 감정, 특히 여성들사이의 애증심리를 통해 삶의 본질적인 욕망과 순수성을 묻는 볼만한 무대다. 2월 1일까지. 화∼목 오후 7시30분. 토 오후 4시, 7시30분. 일 오후 3, 6시. (02)720－3985
[박용재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