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인] 몸도 마음도 '꽁꽁'
기사입력 1998년 01월 08일 14시 55분
"마음도 춥고 몸도 얼고."
IMF（국제통화기금）체제에 따라 감원의 공포에 시달리고 있는 직장인들이 추위와의 전쟁을 벌이고 있다.
각 기업마다 경비절감을 이유로 겨울철 난방온도를 앞다퉈 낮추면서 실내에서도 덜덜 떨어야 하기 때문이다.
D그룹의 이모차장（38）은 "지난 겨울보다 실내난방온도를 4도 낮은 20도로 내림에 따라 사내에서는 내복입기운동까지 펼쳐질 정도"라며 "그렇잖아도 IMF한파로 동료들 사이에 찬바람이 일고 있는 마당에 난방까지 안되니 설상가상"이라고 말했다.
잠깐이라도 자리에서 일어났다 다시 앉으려면 의자바닥이 싸늘해져 있어 화장실이나 휴게실을 이용하는 것도 극도로 자제한다는 게 이씨의 얘기.
사정이 이쯤에 이르면서 직장인들 사이에서는 `착석부동（着席不動）'이 유행어가 되고 있으며 전기방석이 IMF시대 직장인의 필수품으로까지 각광을 받고 있다.
이 전기방석은 전기담요와 같은 원리로 전기를 이용해 덥히는 것으로 방석 겸용으로 사용이 간편한데다 발열효과도 탁월, 한겨울인데도 불구하고 경기불황에 따라 매출이 시원치 않은 난방용품점의 효자상품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서울 용산의 원효상가 대동상사의 김태진씨는 "요즘들어 전기방석을 찾는 직장인이나 주부가 많아지면서 하루 20∼30개씩 팔려나간다"며 "가격이 개당 6천원으로 비교적 저렴해 더욱 인기가 높은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러나 회사입장에서 보면 사원들의 전기방석 사용은 난방비를 줄이려는 취지에 어긋나는 것으로 눈 한번 깜빡이는 것도 조심해야 하는 세상에 전기방석의 무단사용은 `해고사유'가 될지도 모르는 일.
이에 따라 직장인들은 누군가에게 들키지 않도록 기존의 방석밑에 깔고 사용하는가 하면 퇴근할 때는 서랍 깊숙이 감추는 등 불안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개중에는 2만∼4만원을 주고 고성능 소형팬히터를 구입, 책상밑에 감춰놓고 쓰기도 한다.
하지만 팬히터는 소비전력이 13Ｗ인 전기방석에 비해 보통 1천Ｗ가 넘어 사용하는데 극도의 조심성을 보여야 한다는 것.
전기방석이나 팬히터는 이런 인사상의 위험이 따르기 때문에 일부 직장인들의 경우 아예 휴대용 `주머니난로'를 마련, 회사에 피해는 끼치지 않으면서 썰렁한 겨울나기에 안간힘을 쓰고 있다.
[김호영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