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물공화국] 3전4기(3)
기사입력 1998년 01월 08일 14시 47분
게다가 최대 라이벌 마당쇠도 없는 마당이니 사파리는 글자 그대로 팔철의 1인 천하가 된 셈이다.
팔철의 마음에 욕심이 스멀스멀 기어들어간 것은 바로 그 무렵이었다.
욕심은 언제나 새로운 것, 더 많은 것을 요구한다.
팔철도 마찬가지였다.
다른 것은 몰라도 암컷에 대한 소유욕은 참을 수 없었다.
사파리의 암컷은 모두 6마리.
그 가운데 3마리는 자신이, 2마리는 쌍대가, 1마리는 대국이 각각 갖고 있었다.
이같은 분포에 대해 팔철이 불만을 품는 것은 당연한 일인지도 몰랐다.
원래 왕의 특권이 무엇인가.
자신의 영토에 있는 모든 암컷을 마음대로 품을 수 있는 `지존'이 아닌가.
그러나 지금의 형편은 `절반의 승리'를 거둔 `반쪽 왕'과 다름없었다.
한쪽으로 생각이 쏠리기 시작하니 정해진 결론을 향해 가속도가 붙었다.
가장 먼저 떠오른 것은 대국이었다.
쌍대야 정책자문위원 겸 비서실장을 하고 있으니 일정지분을 줄 수 있다고 해도 대국이 왕족이라도 되는 양 호의호식하며 그렇지 않아도 모자란 암컷을 품고 사는 것은 참을 수 없었다.
또 쌍대도 그랬다.
아무리 자신을 돕고 있다고 하더라도 왕과 비슷하게 암컷을 2마리나 거느리고 있다는 것은 아무리 생각해도 지나쳤다.
한번 결정하고나면 거칠 것 없이 밀어붙이는 성격의 팔철은 곧바로 대국을 제거하기로 했다.
팔철이 대국을 없앨 방법을 구상하고 있을 무렵, 대국이 쌍대를 불러 현시국에 대해 상의를 한 것이다.
팔철은 대국을 없애기 위해 마지막으로 의견을 듣고자 쌍대를 불렀다.
팔철의 꿍꿍이속을 알 리 없는 쌍대는 팔철의 갑작스런 호출에 깜짝 놀랐다.
대국과의 비밀회동이 들통난 줄 알았던 것이다.
`대국을 없애야겠어.'
팔철의 자세는 상의가 아닌 마지막 통첩이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