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결혼도 '군살빼기'
기사입력 1998년 01월 07일 15시 03분
IMF체제의 칼바람아래 결혼도 거품이 걷히고 있다.
사상 유례없는 경제한파로 축의금 봉투마저 그 어느때보다 얇아질 게 틀림없는 상황에서 불보듯 뻔한 `결혼 적자'를 조금이라도 줄이기 위해 예비 신랑신부들이 허리띠를 바짝 졸라매고 있는 것.
가장 먼저 메스를 가하는 부분은 청첩장.
보통 300장을 기본으로 20여만원은 줘야 하는 청첩장 인쇄비용을 절감하기 위해 사무실이나 집에서 직접 청첩장을 만드는 것.
오는 12일 결혼을 앞둔 김진모씨（28．회사원）도 집에서 컴퓨터를 이용해 청첩장을 만들었다.
PC의 문서작성 프로그램을 이용해 한쌍의 원앙그림을 곁들인 청첩장을 그럴싸하게 만들어 프린터로 출력, 편지봉투에 담아 친지들에게 발송했다.
이런 셀프청첩장은 기껏해야 봉투값과 프린터 인쇄용지 정도의 비용만 들기 때문에 전문 인쇄업소에서 주문제작하는 것과는 비교가 안 될 만큼 저렴하다.
직장상사와 동료들에게 일일이 청첩장을 돌리는 모습도 점차 사라지고 있다.
청첩장 제작비용을 절감하기 위해 게시판 등 직장내 사람들의 왕래가 잦은 곳에 청첩장 한장만 붙이거나 아니면 한장을 두루 회람시키는 것.
사내 컴퓨터통신망을 이용해 결혼을 알리는 것도 빠르게 확산되는 풍속도다.
한화그룹의 경우 사내 PC통신망인 `한화오피스'를 이용, E－메일로 각 계열사별 경조사를 알려 일일이 청첩장을 돌리는 수고를 덜게 했다.
격의없는 친구사이는 청첩장을 발송하는 대신 상대방의 호출기에 결혼을 알리는 음성메시지를 녹음하는 방법도 많이 이용되고 있다.
또 예식장을 빌릴 때도 점심때보다 10％정도 저렴한 요금이 적용되는 오후 4시 이후로 시간을 잡는 커플들이 늘고 있다.
서울 강남 M예식장 관계자는 "점심시간 예식장 대관료는 300만원 정도 하지만 오후시간에는 그 보다 40만원 정도가 저렴하다"며 "최근들어 오후시간 예식에 대한 고객들의 문의가 늘고 있다"고 말했다.
실속찾기 바람은 야외촬영에도 불고 있다.
못해도 50만원은 줘야 하는 야외촬영을 아예 생략하거나 아니면 예비 신랑신부가 평상복차림으로 유원지 등에서 간단한 기념사진을 찍는 것으로 대신한다.
이런 추세에 따라 시중 스튜디오에서도 결혼사진 촬영비를 업소에 따라 30∼50％ 싸게 내놓는 등 고객을 끌기 위해 출혈경쟁을 벌이는 곳도 속출하고 있다.
[이백일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