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성석] 국내 性石순례기
기사입력 1998년 01월 07일 14시 43분
사랑은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모든 예술의 영원한 주제가 됐다. 그런가하면 세계 어느 문화권에서나 성(性)은 풍요와 다산의 상징이 되어 민중들의 숭배 대상이 됐다.
우리나라 경우에도 남근 바위와 여근 바위가 전국 곳곳에서 숭배의 대상이 되었던 것이다. 이렇게 우리에게 성, 또는 사랑은 삶의 뿌리였다. 김태원씨의 조각전과 김대성 윤열수씨의 책을 통해 그 현장을 찾아가 본다. X편집자주〉
소장 도예가 김태원씨(32)의 근작들도 이런 남녀 성(性)을 표현한다. 8일부터 2월 5일 포스코갤러리에서 두번째 도예전을 갖는 그는 `흙으로부터 탄생을 위한 남근, 여근전'이란 부제 아래 희한한 작품들을 선보인다.
옹기에 뿔이 달렸는가하면, 남근이 달렸다. 가슴이 볼록한가하면 여근이 붙었다. 얼굴도 그려져있고 발도 달렸다.
그는 무언가 담는 도자기의 본질적 용도에서 창조와 휴식의 공간인 자궁의 이미지를 추출해냈다. 그런가하면 탕기나 다기의 손잡이 형상에서 발전된 뿔은 남성의 위용을 풍기면서 다양한 이미지를 표출한다. 포근한 자궁에 비교되는 도자기의 내면은 오글오글한 꽃잎 형상으로 장식되고, 여근은 얇은 점토판을 접어 음란하지 않게 만들었다. 남근은 뿔로 대체했다. 이제까지 엄숙, 경건했던 작품에는 엷은 미소가 나타나기 시작했다.
작가는 옹기 안에 사람얼굴, 옹기 아래 발을 부착해 자궁에서 태어나려는 생명체를 묘사했고, 옹기 안에 성모마리아나 부처를 놓아 `내 마음의 부처' `내 마음의 성모'를 완성하기도 했다. 또 옹기 뚜껑안에 남자가 들어가 누워있는 `생각하는 목욕'은 돌이 채안된 나이에 큰 항아리속에 들어가놀았던 작가가 마치 운명처럼 도자기에 이끌린 성장사에서 나온 작품이다.
강릉대, 독일 슈투트가르트 국립예술대학교 응용도예학과, 미술사 전공. 세계도예비엔날레전 30대 젊은 작가상 수상(이집트 카이로). 흙조형연구소 운영.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