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극리뷰] 방은진 모노드라마 '자기만의 방'
기사입력 1998년 01월 05일 15시 28분
`자기만의 방을 갖고 싶은 것은 여성들만이 아니라, 남성들 역시 마찬가지가 아닐까?'
여성문화예술기획이 마련, 서울 신촌의 극장 마녀에서 공연중인 방은진의 모노드라마 `자기만의 방'(류숙렬 작, 송미숙 연출)은 여성들의 삶의 길찾기를 다루고 있다.
지난 92년 초연 때보다 유연성 있게 여성의 삶을 표현하고 있다. 초연이 남성에 대한 공격을 주조로 꾸민 강연식의 교훈적인 무대였다면 이번 무대는 문제를 객석에 툭툭 던지는 대화식으로 풀어나가고 있다.
원래 이 작품은 1920년대에 쓰여진 버지니아 울프의 여성과 창작에 관한 여섯개의 연작에세이를 묶은 강연집을 토대로 했다. 울프는 여성들이 창작을 위해서는 경제적인 자립과 독자적인 공간의 확보가 필수적이라고 주장했다.
원전을 토대로 거의 새롭게, 우리 현실에 맞게 재창작한 극작가 류숙렬은 남성중심주의 사고가 빚어낸 여성에 대한 차별과 불평등의 문제를 제시한다.
스크린을 통해 보여지는 `애마부인', `젖소부인' `너에게 나를 보낸다' `산부인과' 등 영화, 비디오의 장면들을 통해 남성들에 의해 상품화된 여성의 성을 비판하면서 시작된다.
이어 실용적 쾌락주의를 주창하는 마성애씨, `선택'의 작가 이선택씨, `창녀론'을 들고 나온 김창녀씨 등 남성들에 의해 쓰여진 여성상을 토론한다.
이어 셰익스피어의 시대 조건에 맞추어 여성이기 때문에 예술가로서의 꿈을 접어버린 상상속의 쥬디스이야기를 통해 여성의 예술행위에 대해 이야기한다. 한국판 잃어버린 예술가인 김경희의 실화와 그림들을 통해 그 아픔을 제시한다.
그리고 방은진의 개인적인 삶에 대한 쓰리고 아픈 이야기로 극은 끝을 맺는다. 이번 무대는 남성 공격적인 여성론에서, 함께 생각하는 인간론으로서의 여성연극으로 풀어간 점이 돋보인다.
배우 방은진은 특유의 힘과 넘치는 에너지로 극속의 여러인물들을 유연하게 변신하면서 그려낸다. 강약과 질감이 잘 조화된 그의 연기력은 주목할 만하다. 아직 모노드라마는 이르다고 생각했지만, 작품을 끌고 나가는 힘은 매력적이다. 좋은 연기다. 31일까지. 화∼목 오후 7시. 금 오후 2, 7시. 토 오후 4, 7시. 일 오후 4시. (02)324－6008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