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F시대] 애완견들이 버려지고 있다
기사입력 1998년 01월 04일 16시 36분
애완견들이 버려지고 있다.
IMF 시대를 맞아 가축병원 치료비와 사료비를 감당하지 못한 사람들이 애지중지 키우던 개를 내버리고 있는 것.
4일 한국동물보호협회에 따르면 서울 시민들이 버려진 개를 신고하는 방견(放犬)신고 건수가 지난 한달동안 900여건에 달해 지난해 10월 500여건 보다 80% 늘었으며 96년 12월(300여건)에 비해서는 3배 가량 급증했다.
협회 조용진 회장(39)은 "묘하게도 방견 신고건수가 정부의 IMF 구제금융신청 이후 급증하는 추세를 보이고 있다"며 "월 신고건수 900건은 지난 94년 협회가 생긴 이래 최고 기록"이라고 밝혔다.
또 경기 포천의 동물고아원 `애신의 집'(원장 이애신)에는 더 이상 키울 여력이 없다며 개를 맡기는 사람들이 급증, 수용한계선인 450마리를 모두 채웠다.
특이한 것은 요즘 길거리를 떠도는 개들은 반 이상이 병에 걸려 있다는 점이다.
이는 경기가 극도로 위축되자 개를 키우던 사람들이 병에 걸린 애완견을 치료할 돈은 없고 집에 두면 사람에게 전염될 것이 두려워 병든 개를 내다 버리기 때문이다.
이들 가운데는 마리당 30만∼50만원에 거래되는 요크셔테리어, 퍼그, 셰퍼드 등 한때 폭발적인 인기를 모았던 순종들도 포함돼 있다.
동물구조협회 장문준 이사는 "요즘 길거리를 떠도는 개들의 반 이상은 병에 걸려 있으며 특히 전체의 40% 정도는 피부병을 앓고 있다"며 "피부병을 치료하려면 병원비만도 15만∼40만원 가량 들기 때문에 이를 감당할 수 없는 사람들이 개를 버리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밖에 환율인상으로 사료값이 30% 이상 치솟은 점, 애완견의 3.3%가 사람에게 황달이나 복부팽만증세를 유발하는 간카필라리아 기생충에 감염됐다는 최근 연구결과 등도 애완견을 버리는 주요인으로 꼽힌다.
버려진 개들의 운명은 비참하기 짝이 없다.
이들 중 10% 가량은 각 행정관청이나 동물구조단체들의 구조를 받지만 나머지 90%는 교통사고로 비참하게 생을 마감하거나 근처 야산에 올라가 들개처럼 야생하다 얼마안가 굶어죽고 만다는 것.
구조된 개들도 그 전처럼 애완견 대접을 받을 확률은 거의 없다.
과거에는 입양희망자가 제법 있었으나 IMF 체제 이후에는 개를 맡기려는 사람만 있을 뿐, 남이 버린 개를 키워주겠다는 사람은 아무도 없기 때문이다.
입양 받지 못한 개들은 경기도 양주군 등지에 마련된 대규모 수용소로 가게 되는데 그나마 수용한계가 넘으면 나이든 순서 대로 안락사를 당하게 돼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