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화] 하늘에 꿈을 심는 '간큰 여자'
기사입력 1997년 06월 30일 14시 48분
한국 스카이다이빙계가 경사를 맞게 됐다.
이달 말이면 국내 처음으로 순수 민간인 여성스카이다이버가 배출되기 때문이다.
화제의 주인공은 한국스카이다이빙학교 8기생 이미화씨（28）.
이씨는 최근 중국의 항공학교에서 15차례의 고공점프훈련을 마치고 귀국, 한강변 미사리 낙하지에서 다이빙학교 졸업을 위한 막바지훈련에 한창이다.
국내에도 여성 스카이다이버는 있지만, 특전사 등에 소속된 여군이 대부분으로 군경험이 없는 순수한 민간인 여성 스카이다이버로는 이씨가 1호다.
이씨는 북경에서 기차로 8시간 거리인 중국 안양의 항공학교에서 스카이다이빙학교 동료수강생들과 함께 지상 6천 피트 높이 고공에서 몸을 던졌다.
"막상 떨어질 때는 그저 상쾌하다는 느낌 뿐 복잡한 감정은 없어요. 오히려 AN－2기를 타고 목표상공까지 가는 30분 동안 오만가지 생각이 나면서 입안의 침이 말랐죠."
중국에서 일주일간 고공강하훈련을 받는 동안 아슬아슬했던 순간도 있었다.
8번째 점프때 갑작스런 기류의 변화로 착지지점인 `드롭존'에서 2∼3㎞를 벗어나 안양시내 도로 한복판에 착지한 것.
무사히 땅에 발을 딛기는 했지만, 착지과정에서 낙하산의 일부가 전선에 닿아 매캐한 연기와 함께 스파크가 일어 보는 사람들의 가슴을 졸이게 만들었다.
이씨가 남자도 선뜻 엄두를 내기 힘든 스카이다이빙에 도전하게 된 것은 지난해 우연히 미사리에서 실시되는 스카이다이빙교육 장면을 구경하고나서.
그전부터 막연히 `한번 해보고 싶다'고 품어 왔던 생각이 일순 꿈틀거려 다음날 곧바로 스카이다이빙학교에 입교신청을 했다.
예상외로 딸부자집 넷째의 스카이다이빙 도전에 가족의 결사 반대같은 것은 없었단다.
딸도 아들처럼 키운 가풍대로 "몸조심하며 해보라"는 묵시적인 격려가 있었을 뿐이었다.
"육체적인 요소보다는 정신력이 더 중요시되는 스카이다이빙은 여성에게 적합한 레저인 것 같아요.
낙하산을 펴기 전까지 20초 남짓한 시간동안 미묘한 기류의 흐름에 몸을 맡겨 다양한 몸놀림과 테크닉을 구사하다보면 10㎏의 낙하산 무게 따위는 전혀 느껴지지 않거든요."
모 의료기기 수입업체에 근무하는 이씨는 "민간인 출신의 여성 1호 스카이다이버가 된 만큼 여건이 허락하는 대로 미국과 뉴질랜드 등에서 고난도 기술습득을 위한 `원정낙하'에도 참가하고 싶다"는 포부를 밝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