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치라이트] '정신력만으로 안된다'
기사입력 1997년 06월 29일 14시 04분
세상엔 많은 눈물이 있지만 최선을 다하고도 실패했을 때 흘리는 눈물만큼 뜨거운 것도 없다.
특히 영혼이 깨끗한 아이들의 눈에서 흘러내린다면….
제1회 나이키 프레미어컵 유소년（U－15）세계축구결선대회가 열리고 있는 남아공 케이프타운의 심포니구장.
예선전 마지막 상대인 슬로베니아를 3대0으로 꺾고 8강에 합류한 한국유소년대표팀 풍생중 선수들은 29일 준준결승에서 맞붙은 포르투갈 선수를 보고 기가 질려 버렸다.
평균 1m80이 넘는 큰 키, 프로선수들 뺨치는 탄탄한 종아리에 내심 압도당한 것.
더욱이 최전방 공격을 맡고있는 두 흑인선수들은 한마리의 흑마(黑馬)를 연상케할 정도였다.
그러나 경기시작과 동시에 파이팅으로 밀어붙이기 시작한 한국의 `작은 고추'들은 지칠줄 몰랐다.
비록 전반을 0_1로 뒤졌지만 "운동장에서 죽자"를 외치며 뛰는 선수들 앞엔 보이는 것이 없었다. 드디어 후반 10분만에 동점골.
지난 말레이시아 청소년선수권대회서 참패한 형들의 분풀이와 함께 83년 멕시코청소년 4강신화 이후 첫 국제대회 준준결승진출을 엿보는듯 싶었다.
그러나 역시 `뚝심은 있으나 기본이 없다'는 한국축구의 현실을 통감해야 했다.
집중력이 흐트러지며 공－수연결의 불협화음으로 마침내 종료 5분을 남기고 상대에 뼈아픈 결승골을 헌납한 것.
조막손으로 충혈된 눈을 훔치며 한두방울 흩뿌리는 빗줄기와 함께 벤치로 돌아온 선수들의 애처로운 모습엔 이제 유소년 조차 더이상 정신력으로 이길수 없다는 한국축구의 현실을 절감할 수 있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