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8공화국] DJP와 평행선

기사입력 1997년 06월 29일 14시 04분



이종민은 DJP에 대해 극히 부정적인 시각을 갖고 있었다.

그리고 여러가지 사례를 들어 그 공조는 지켜지기 힘들다는 논리를 폈다.

아무리 DJ가 보수적 색채를 띤다 해도 `진보적 사상'이 국민회의의 기본 이념이며, JP가 아무리 호남을 방문해도 `보수극우'의 색채는 지워지지 않는다.

그것은 단순한 지역논리와는 근본부터 다르다. 설혹 연합하여 정권을 쟁취한다고 해도 집안싸움은 3당합당의 신한국당을 무색케 할 것이다.

그 한계를 넘을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내각제에 의한 권력분점' 뿐인데 두 총재가 마음을 비우고 불신을 훌훌 털어버리기에는 그들을 에워싸고 있는 세력들이 너무나 두텁고, 또 그렇게 호기를 부릴 나이들이 지났다는 것이다.

"무지개 아세요?"

"무지개라니."

이종민이 갑자기 무지개를 꺼내들었다. 편집국장이 의아한 얼굴로 이종민을 바라보았다.

"무지개는 정말 아름답죠. 일곱가지 색깔이 곡선으로 영롱하게 빛나잖아요."

"그런데 그게 무슨 상관이야."

"무지개는 더 없이 아름답죠. 또 실체도 있구요. 하지만 떼어다 방에 잡아두지는 못해요. 아름답고 근사하지만 사실은 없는거나 다름없거든요. 햇빛의 방향에 따라 없어지거든요."

"그래서?"

"있지만 없는 것. 아름답지만 잡을 수 없는 것. 햇살의 각도에 따라 갑자기 없어지는거. 그게 DJP라 이거죠."

아하！ 그때서야 편집회의에 참석한 간부들이 머리를 끄덕였다.

"DJP가 이상적이기는 하지만 현실화 시키지는 못하는것. 외형으로는 DJP가 있지만 마음속에 서로 상대방이 보이지 않는것. 대통령 단일후보 방향에 따라 DJP는 사라지는것. 그런 말이로군."

허원행이 감탄한듯 크게 머리를 끄덕였다.

"국민회의측 사람들은 절대 JP로는 대선에서 승리하지 못한다. 그리고 자민련 핵심들은 DJ가 단일후보로 나서면 차라리 탈당하겠다."

"네. 바로 그거예요."

"있지만 없는 것. 없으면서도 있는것. 그게 DJP라 이거지."

"네. 그런 논리하에 예산에서 국민회의가 후보를 낼지도 모르거나 최소한 협박용 후보라도 내세우겠다는 전략이 있을 거라는 말입니다."

"맞아요. 틀림없이 나올겁니다."

지금까지 침묵을 지키고 있던 사회과학연구소의 정재수 정치분석가가 맞장구치며 나섰다.

"후보를 내지 않더라도 제스처는 쓸겁니다. DJ가 완전히 포기하지는 않았으니까요. 아니면 예산 지구당 당원들이 들고 일어서든가."

갑자기 회의장이 흥분으로 들뜨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