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8공화국] DJP와 평행선 (2)

기사입력 1997년 06월 28일 14시 14분

포항은 여전히 박태준 우세속에 선거 열기가 닳아 오르고 있었고, 충남 예산에서는 신한국당 오장섭의 약진이 두드러져 조종석을 바짝 추격하고 있었다.

장혜정은 포항에서 돌아온 뒤 두문불출, 복수의 기회만 노리고 있었다. `비젼21'은 편집회의에 골몰하고 있었고, 신한국당은 사분오열 찢어진 채 `후보고지'를 향해 열을 올리고 있었다.

"이번주 특집은 뭘로하지?"

비젼21 편집회의다.

사회과학연구소의 정책적 뒷받침이 있기는 하지만 편집회의의 결과에 따라 분석, 연구의 지원을 받는다.

허원행이 웃으며 이종민 차장을 바라보았다.

지난호 박태준, 이기택 맞대결의 포항을 특집으로 냈고, 이 특집은 또한번 독자들의 비상한 관심을 불러일으켰다.

"뭐 좋은 아이디어 없어?"

"포항이 끝났으니 예산을 특집으로 내는 게 어떤가요."

"예산? 거긴 특별한 이슈가 없잖아."

"왜요. 예측기사를 쓰는거죠."

"예측이라니. …어떤…."

"DJP공조에 틈이 나는 거 같지 않아요? JP가 여권 보수세력과 내각제 선호자들에게 눈웃음치고 있는데…."

"그런데?"

"그런데다 충남이나 충북지역 주류파들이 DJP에 대단히 회의적이거든요."

"……."

"이렇게 되면 김대중 총재가 전에 천명했던(신4자 필승론)으로 귀결될 가능성이 높거든요."

"신4자 필승론?"

"왜 있잖아요. 여권후보. 자민련후보. 군소정당후보. 그리고 국민회의후보. 이렇게 4각구도가 이뤄지면 고정표 플러스 알파가 붙어 DJ가 승리한다는 논리말이에요."

"그런게 있었나?"

"네. 좀 오래된 전략이지만 아직도 DJ측에서는 버리지 않은 카드죠. 그런데 만일 DJP 공조에서 JP가 발을 빼는 눈치가 보일 때 예산에서 국민회의가 갑자기 후보를 낸다는 거죠. 대선때 교두보로 사용하기 위해서요."

"국민회의가 예산 보궐선거에서 후보를 낼지도 모른다. 이거지."

"내지 않더라도 제스처는 쓸 수 있지 않겠어요? 그건 JP에 대한 압박이기도 하고요."

재미있는 구상이다.

"만일 자민련, 국민회의, 신한국당 모두 후보를 내면 신한국당이 어부지리를 얻어 쉽게 당선될 수도 있다는거죠. JP로서는 여간 부담스럽지가 않거든요."

"예산에서 JP가 지면 타격이 이만저만 아닐거야. 그거 재미있는데."

"당사자들이야 죽을 맛이겠지만 관전하는 입장에서 보면 신나는 한판이죠."

그렇다.

충남 예산. 이곳이 어딘가. 김종필 총재의 텃밭이며, 이회창 고향이기도 하다.

자민련 조종석 후보가 패배하면 김총재는 힘을 반쯤 잃는 것이나 다름없다.

또 이회창의 신한국당이 패배하면 이회창은 고향을 잃는다.

캐스팅 보드는 결국 DJ에게 돌아가는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