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내장외] '마이너리그 시장보다 파김치 다됐소'
기사입력 1997년 06월 27일 14시 30분
지난달 16일 외국인 선수 고용기획단으로 출국, 25일 귀국한 현대 정진구이사가 겪은 일들을 책으로 써도 족히 한권은 넘는단다.
미국 트리플 A팀을 중심으로 40여일 동안 관전한 경기만 34게임.
음식과 잠자리는 둘째치고 경기 시간은 왜 그렇게 길고 지루한지.
세밀한 선수 분석을 위해 경기 시작 1, 2시간전 훈련을 지켜보는 것은 기본.
비가 올 경우는 난감하다.
한국의 경우 많이 기다려야 30분이면 취소 여부가 결정되는데 마이너리그는 비가 그칠 때까지 두어시간 기다렸다가 경기를 재개하는가 하면, 툭하면 연장전까지 평균 7∼8시간 동안 야구장에 묶여 있어야 한다.
경기도 미국의 여러 지역에서 벌이기 때문에 오후 경기를 관전하기 위해 오전 4시에 출발하는 일도 수없이 많았단다.
미리 뽑아 놓은 선수 명단이 있었지만 어제까지 트리플A에서 뛰던 선수가 메이저리그에서 뛰기 일쑤고 잦은 트레이드로 선수 찾기도 어려울 정도였다.
바쁘게 뛰어서인지 어지간한 메이저리그 스카우트들과는 말을 틀 정도가 돼 정보 교환까지 하는 확실한 `마이너리그통'이 됐단다.
수확도 알차다.
야수들은 국내 타격 판도를 당장 뒤엎을 정도로 힘과 기교를 갖췄고 투수들도 당초 예상과는 달리 150㎞ 이상 던지는 선수들이 수두룩했다.
정이사는 올해는 미국 선수 수입이 상당히 불리한 편이라고 말한다.
내년부터 메이저리그 팀이 2개 늘어나게 되어 있어 마이너리그 선수들의 목표가 한곳으로 집중돼 있기 때문이란다.
"마이너리그 선수들 중에는 직접 찾아와 한국서 뛰고 싶다고 말한 선수도 상당수 있었다"는 정이사는 "야구의 본고장 미국 한복판에서도 `한국 특수' 바람이 불고 있다는 사실이 흥분하게 만들었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