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치라이트] '백혈병 영주를 살립시다'
기사입력 1997년 06월 24일 14시 58분
"학우 여러분 도와주십시오. 체육학과 1년 변영주 학우가 백혈병과 싸우고 있습니다. 한방울의 피라도 모아 변학우를 꼭 살려냅시다."
한국체대 캠퍼스에서는 백혈병 학우를 돕기 위한 헌혈의 행렬이 줄을 잇고 있다.
동료 선배들의 수혈을 받게 될 변영주（19．여자핸드볼）는 일반인들과의 접촉이 금지된 채 서울 중앙병원 중환자실에 누워 홀로 병마와 싸우고 있었다.
그녀의 병명은 급성 골수성 백혈병. 지난해 골수이식 수술을 받았던 미국의 한국인 입양아 성덕 바우만군과 똑같은 병이다.
변영주가 백혈병에 걸린 것을 안 것은 이달초.
한국체대 체육관에서 핸드볼 연습에 땀방울을 쏟던 변영주는 어느날 훈련을 마친 뒤 몸이 온통 멍투성이인 것을 발견했다.
처음엔 거친 몸싸움으로 유난히 멍이 많이 들었거니 생각하고 대수롭지 않게 여겼다.
하지만 점점 멍 색깔이 검게 변하고 자주 빈혈증세가 느껴졌다.
"교수님 이상해요. 몸에 자꾸 멍이 들고 어지러워요."
변영주는 담당교수이자 핸드볼팀 감독인 정형균 감독에게 신체의 변화에 대해 얘기했고, 이를 이상하게 여긴 정감독은 그녀를 병원으로 데려가 정밀검사를 받도록 했다.
검사결과는 수혈 등 지속적인 치료를 받지 않을 경우 2∼3개월을 넘기기 어렵다는 것.
서울 우신초등과 정신여중고를 거쳐 핸드볼 특기생으로 한국체대에 입학했던 변영주는 대학 새내기 3개월만인 지난 12일부터 눈물겨운 투병생활을 시작했다.
그녀는 항암제를 투여할 때마다 살을 에는 듯한 고통으로 울부짖는다.
코트에서 나풀거리던 머리카락도 이미 다 빠져버린 상태.
또 수시로 반복되는 고열과 복통 등으로 예전의 얼굴 모습은 찾아볼 수 없을 정도로 수척해 졌다.
이런 변영주를 바라보고 있는 주위 사람들을 더욱 안타깝게 하는 것은 입원비조차 제대로 댈 수 없는 그녀의 가난한 집안형편이다.
아버지는 일정한 직업이 없고, 어머니는 노점상으로 근근이 생계를 이어나가고 있다.
앞으로 변영주의 치료를 위해 들어가야 할 돈은 최소한 1억원. 그 중 1％에 해당하는 100만원도 변영주 부모에게는 당장 마련할 수 없는 큰 돈인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