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간] 16세 소년이 말하는 '미국식 영어'
기사입력 1997년 06월 22일 16시 43분
16세 소년이 영어회화책을 냈다. 사전에도 없고, 책에서도 찾아보기 힘든 `현장 영어'를 정리한 `작품'이다.
`지금, 미국에선 이렇게 말해야 통한다'（황금가지）를 내놓은 조승연군. 미국 미시건주 오키모스고교 2학년에 재학중이다.
조군은 이민2세가 아니다. 서울에서 중학교 2학년을 다니던 94년9월 비행기를 탔으니 유학경력 3년이 채 안되는 소년일 뿐. 그런데 대학 영문과를 졸업한 사람들도 못알아듣는 미국식 표현을 두루 꿰고 있다.
"미국에 간지 얼마뒤, 한 친구가 저보고 `너 멍키（원숭이） 갖고 노니?'라고 묻는 거예요. `멍키? 나는 멍키가 없다'고 대답했죠."
옆에 있던 미국애들이 눈물을 빼며 웃어댔다. 알고보니 녀석은 `너 성기 갖고 노니?'라고 물었던 것이다. 속어로 멍키가 성기라는 것을 몰랐던 조군이 `그거 없다'고 대답했으니.
"학교에선 툭하면 2차대전때 영어를 쓴다고 놀림받았어요. 서울에서 가져간 사전과 책에는 분명있는 표현인데도 그랬죠. 뭔가 잘못됐던 거예요."
이런 식의 에피소드와 맞닥뜨리게 되면서 조군은 한가지 깨달음을 얻었다. `미국에서 이렇게 말해야 통한다'는 깨달음. 사전에 있는 표현보다 지금 미국인들이 어떤 표현을 구사하느냐가 문제였다.
친구들과 장난치면서, TV를 보면서 미국식 표현을 익히기 시작했다. 특히 TV는 드라마 코미디 대담 뉴스 등 온갖 상황의 영어를 접할 수 있는 보고였다.
눈이 언제 그렇게 소리없이 쌓였는지！ 한동안 시간이 흐르자 조군의 머리에는 영어가 잔뜩 쌓여있었다.
Save it. 애들에게 `얌전히 있으라'고 혼내는 얘기다.
I'm home free. 직장인의 애환이 담긴 표현으로 `오늘도 해고당하지 않고 무사귀가'라는 뜻.
Fat lady sang. 미국에선 무슨 행사가 있을 때 으레 뚱뚱한 아줌마가 노래 한곡조를 뽑아야 행사가 끝난단다. 그래서 이 말은 `이제 상황 끝'이라는 뜻.
"영어도 패션이 있어요. 어떤 표현은 2∼3년만 지나면 잘 쓰지도 않아요. 더구나 제또래의 신세대들은 서울의 신세대들처럼 자기들만의 표현을 만들어 사용하기 때문에 그들과 어울리려면 배우는 도리밖에 없어요."
조군은 자신의 책을 유학생 비즈니스맨 여행자 등이 읽어주었으면 좋겠다고 말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