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창용] 특급소방수 돌아왔다
기사입력 1997년 06월 20일 14시 45분
`아픈 만큼 성숙.'
해태 마무리 전문 임창용（21）은 이 말을 실감나게 느끼고 있다.
거칠것 없는 탄탄대로, 그러나 곧이어 나타난 고비와 좌절.
하지만 임창용은 컴컴한 터널을 무사히 빠져 나왔다.
시즌 개막부터 지난달 말까지 한달여 넘게 임창용의 기세는 말 그대로 놀라웠다.
해태가 이기는 경기에서는 어김없이 그의 완벽한 끝내기가 뒤따랐다.
5월 24일까지 3구원승 15세이브에 방어율 1.07.
145㎞에 이르는 직구는 타자들이 손도 못대고 물러설 정도로 강력했다.
첫번째 위기가 찾아왔다.
지난달 27일 OB전에서 4이닝동안 2실점하며 패전을 기록한뒤 구위가 눈에 띄게 떨어졌다.
무리한 등판이 원인이었다.
그뒤 지난 18일까지 20여일동안 넘게 1승 2세이브를 추가하는데 그쳤다.
방어율도 2.26으로 치솟았다.
특히 18일 삼성전에선 연장 10회말 올시즌 처음으로 홈런 2발을 맞은 것은 커다란 충격이었다.
"한창 좋을때 공만 믿고 정면 승부를 건 것이 화근이었다. 좋은 경험이었다."
그리고 하루 사이 임창용은 몰라보게 성숙했다.
19일 삼성전에서 임창용은 전날과 똑같은 타자들을 상대로 3이닝동안 삼진 5개, 안타 1개만 내주는 완벽한 피칭을 했다.
공격 일변도의 투구에서 벗어난 요리조리 피해가는 두뇌피칭의 승리였다.
타자들을 상대하는 요령이 한단계 발전했다는 증거다.
현재 임창용은 22세이브 포인트（5구원승 17세이브）로 구원부문 1위인 LG 이상훈을 1세이브 포인트차로 바짝 뒤쫓고 있다.
진짜 승부는 지금부터.
성숙해진 임창용의 마무리 행진에 새로운 전기가 마련된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