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물공화국] 세대교체 (5)
기사입력 1997년 06월 20일 14시 45분
사업을 할 때 업종 전환은 매우 신중한 문제다.
지금 하는 사업이 잘된다고 해서 새로운 사업으로 바꾸면 잘된다는 보장은 어디에도 없기 때문이다.
오히려 실패할 확률이 더 많다고도 할 수 있다.
싸울 때도 마찬가지다.
시커먼스가 번갯불에 콩 볶듯 빠른 펀치로 킹콩의 혼을 빼는 데 성공했다고 해서 물어뜯기로 공격 패턴을 바꿔 더 큰 재미를 본다는 보장은 없었다.
그러나 시커먼스는 잔 펀치에 킹콩이 쓰러지지 않자 조바심을 갖고 빨리 승부를 가리지 위해 달라붙어 이빨을 들이댄 것이다.
그만큼 자신이 붙은 것이다.
시커먼스의 송곳니가 킹콩의 가슴에 닿는 순간 솥뚜껑만한 킹콩의 손이 시커먼스의 얼굴을 감싸안았다.
시커먼스는 순간 알 수 없는 엄청난 힘에 의해 뒤로 빨려나가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
그리곤 발을 헛딛은 듯한 당혹감에 휩싸이는 순간 몸이 허공에 둥실 뜨는 것을 느꼈다.
시커먼스는 등과 머리를 둔기로 얻어맞는 충격을 입었다.
킹콩이 시커먼스의 머리를 잡아 바닥에 패대기 친 것이다.
그러나 그 정도 충격은 다음에 이어진 핵펀치에 비하면 예고편에 불과한 것이었다.
그동안 계속된 헛스윙으로 화가 머리 끝까지 났던 킹콩은 드디어 시커먼스를 땅 위에 눕히자 무엇부터 해야할지 몰라 허둥댔다.
킹콩은 400㎏에 가까운 몸을 날려 시커먼스를 깔아뭉갰다.
그뒤 이어진 것은 불처럼 달궈진 주먹.
킹콩의 주먹이 바람을 가를 때마다 시커먼스의 얼굴이 심하게 좌우로 젖혀졌다.
시커먼스의 입에서 피가 튀겼다.
불곰으로는 특이하게 털이 누런 킹콩의 몸은 곧 피 때문에 흉하게 바뀌었다.
그러나 그정도로 분이 풀릴 킹콩이 아니었다.
맘모스나 곰보살만을 생각하며 대권구도를 짜놓았는데 생각하지도 않은 애송이가 덤벼들어 스타일을 구겨놓았으니 승패와 관계없이 창피한 일이었다.
게다가 그 애송이에게 맞아 입에서 피까지 났으니 킹콩으로서는 망신을 크게 당한 셈이었다.
승패가 완전히 결정됐다고 판단한 패트롤카가 출동했을 때 시커먼스는 이미 정신을 잃은 뒤였다.
97대권시리즈 1차전은 킹콩의 KO승으로 막을 내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