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사람] '2차세계대전 공부에 푹 빠졌어요'
기사입력 1997년 06월 18일 14시 23분
`특전 U보트'나 `철십자훈장' 등 제2차 세계대전에 관련된 영화는 빼놓지 않고 보는 여자.
2차대전 당시 500여기의 적기를 격추시킨 독일군 최고의 전투기 에이스였던 `에리히 하르트만'과 탱크격파왕인 `미하일 비트만'의 열렬한 팬.
400여명의 회원이 활동하고 있는 컴퓨터통신 하이텔의 소모임 `밀리터리동호회' 대표시삽 강희정씨（28）.
강씨는 여성으로는 희귀하게 제2차 세계대전 전사（戰史）를 집중 연구하고 있는 이 분야의 마니아다.
강씨는 틈만나면 제2차 세계대전과 관련된 국내외 전문서적을 구해 공부하고, 자신의 탐구실적을 컴퓨터통신에 올리기도 한다.
강씨가 올린 `히틀러와 UFO'란 연재물은 조회수 200여건을 기록, 마니아들 사이에 뜨거운 관심을 불러일으키기도 했다.
강씨의 주된 관심분야는 추축국의 핵심전력이었던 독일군의 무기체계.
세계최초의 제트기였던 메사슈미트 전투기와 미사일의 원형이 된 V－1, V－2 무인비행폭탄 등 현대 첨단무기의 상당수가 독일군의 병기에서 기초했을 만큼 독일의 앞선 과학기술에 매료됐다고 한다.
강씨가 2차대전 전사에 빠지게 된 것은 중학교시절.
우연히 히틀러의 자서전 `나의투쟁'을 읽고, 어떤 역사적 배경아래 독재자이자 반인류 범죄자인 히틀러의 `위험한 철학'이 잉태됐는지, 또 전쟁은 왜 벌였고, 상대방을 누르기 위해 어떤 전략과 전술이 동원됐는지 등 원초적 궁금증이 꼬리를 물어 이 분야에 대한 공부를 시작하게 됐다.
남들이 수다떨기와 멋내기 등에 열중했을 여중고생 시절에도 강씨의 취미는 모형전투기 만들기였을 만큼 관심분야는 독특했다.
현재 강씨의 본업은 컴퓨터그래픽 디자이너.
2차대전 전사 연구는 순수한 취미차원이다.
2차대전 전사에 있어 전문가 수준의 지식을 쌓다보니 남다른 시각도 가지고 있다.
일반적으로 2차대전의 향방을 결정지은 사건은 44년 연합군의 `노르망디 상륙작전'으로 알려져 있으나, 강씨는 그보다 몇년 앞서 이탈리아 독재자 무솔리니가 북아프리카전쟁을 벌여 동맹국인 독일군의 전력을 분산시킨 게 결과적으로 추축국의 패인으로 작용했다고 생각한다.
"역사를 제대로 알아야 실패가 없다고 하는데, 유사 이래 모든 전쟁을 공부하다보니 똑같은 실수가 반복된 것이 발견되더라구요."
전사연구를 통해 삶의 교훈과 철학을 얻어낸다는 강씨는 "결혼후에도 `전쟁공부'를 멈추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