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물공화국] 세대교체 (3)
기사입력 1997년 06월 18일 14시 11분
시커먼스나 킹콩이나 왕위에 대한 애착은 다를 게 없었다.
그러나 자리에 대한 집착과 자리에 오를 수 있는 능력과는 아무런 관계가 없는 게 문제다.
이 점은 사람이나 짐승이나 똑같다.
누구나 돈 많이 벌고 높은 자리에 오르고 싶어하지만 실제로 꿈을 이루는 것은 몇 되지 않는다.
오히려 쓰라린 아픔을 겪어야 하는 실패자들이 훨씬 많다.
곰 사파리에서 벌어진 97 대권시리즈 역시 3마리는 예정된 실패의 수순을 밟고 있는 셈이었다.
언제나 그랬듯이 하늘 아래 영웅은 혼자일 수밖에 없는 까닭이다.
시커먼스는 잔머리를 쓰는 평소와 달리 전면전으로 킹콩에게 달려들었다.
그만큼 자신이 있었던 것이다.
킹콩은 시커먼스의 도전에 꽤 당황했다.
당초 자신을 포함해 맘모스와 곰보살이 3파전을 벌일 것으로 예상하고 있는 상황에서 조무래기로만 봤던 시커먼스가 느닷없이 덤벼들었기 때문이다.
정신무장에서 차이가 있는 만큼 초반은 시커먼스가 일방적으로 유리했다.
킹콩이 얼떨결에 당한 셈이다.
어릴 때부터 싸움으로 잔뼈가 굵은 시커먼스는 자신보다 덩치가 훨씬 큰 킹콩을 맞아 빠른 몸놀림을 이용해 치고 빠지는 전술로 나갔다.
시커먼스의 잽이 킹콩의 얼굴에서 콩 튀듯 번쩍였다.
킹콩도 헤비급에서는 빠른 주먹으로 이름을 날리지만 경량급 시커먼스와 비교하면 시속 200㎞로 달리는 스포츠카와 난폭하게 달리는 덤프트럭의 차이였다.
킹콩의 주먹에 걸리는 것은 싸늘한 봄바람 뿐이었다.
아무리 잔매라도 매 앞에 장사는 없는 법.
킹콩의 얼굴에 시뻘건 피가 맺히기 시작했다.
처음엔 한방에 끝내버리겠다는 성급한 마음으로 모기 쫓듯 주먹을 휘두르던 킹콩은 피가 나자 더욱 흥분했다.
킹콩은 마구잡이로 주먹을 날렸다.
빗맞기만 해도 KO가 될 핵펀치였다.
그러나 시커먼스는 한대도 맞지 않고 요리조리 잘도 피했다.
오히려 폭탄이 날아다니는 틈을 교묘하게 이용해 킹콩의 얼굴에 손톱을 박는가 하면 주먹을 꽂았다.
킹콩이 흥분할수록 시커먼스의 공격이 돋보였다.
시간이 갈수록 시커먼스의 화려한 공격이 번뜩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