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니] '라이브 무대라면 어디든 OK'
기사입력 1997년 06월 16일 12시 56분
어린 시절 보았던 영화속 연인들은 모두다 `하니'（honey）로 통했다.
예쁜 이름인걸, 나도 하니 해야지. 그때부터 다섯살 소녀는 하니가 됐다.
그간 무수히 많은 하니가 명멸했다.
만화 `달려라 하니'서부터 개그맨 서세원의 `하니'까지. 20년 넘게 이 이름을 속에 쟁여온 여인은 드디어 `하니월드'（Honey World）를 만들었고 음반을 발표하기에 이른다.
하니（26．본명 허은주）의 데뷔앨범 `파라다이스'는 세계적인 뮤지션들이 참가했다고 해서 화제를 모았다. 딥 퍼플, 레인보, 저니, 토토, 미스터 빅, 오지 오스본, 하트, 키스, 무디 블루스, 드림 시어터, 건스 앤 로지스, 데프 레파드, 마돈나, 셀린 디온 등등.
이들 앨범에 프로듀서로, 세션으로 활약했던 음악인들이 팔을 걷어붙여 하니의 앨범을 만들었다.
95년 데모테이프 하나 들고 나선 미국행이었다.
`혈혈단신'이란 말이 실감나는 낯선 땅에서 그는 특유의 뚝심을 발휘하기 시작했다. 한다 하는 뮤지션들이 모여 즉석 연주를 하는 클럽을 뛰어다녔다. 자신이 작사 작곡 편곡 노래한 음악을 들려주고 OK를 받아냈다.
조그만 동양여자의 역량을 높이 산 이들은 흔쾌히 `드림팀'（모두가 `하니 클럽'의 멤버다）을 구성했고 최상의 사운드를 내기 위해 곡마다 세심한 노력을 기울였다. 하니가 예전부터 간직해 온 아름다운 세상에 대한 꿈을 연작으로 담은 12곡이 완성됐다.
쟁쟁한 뮤지션들과 작업을 같이 한 무명의 여자가수에 대해 한국과 미국의 언론이 떠
들기 시작했다. 지난해 11월 마스터 테이프를 한국에 두고 그는 다시 미국으로 떠났다. `파라다이스' 영어 앨범을 녹음하기 위해서였다.
현재 그는 현지 메이저급 음반회사들과 의견을 조율중이다. 조건이 탐탁지 않다면 독립 레이블로 낼 생각이다. `파라다이스' 영어 버전은 미국 뿐 아니라 유럽 전역에서 출시될 예정이다.
지난달 19일 귀국한 그는 한국에서의 본격적 활동에 들어갔다. 그간 `병속의 요정' `세가지 소원' `꿈' `아름다운 세상' 등의 노래가 번갈아 가며 전파를 탄 덕분인지 알아보는 이들이 제법 있었다.
라이브로 노래할 수 있는 무대라면 어디든 서고 싶다는 하니는 8월초 야외무대 콘서트를 기획중이다. 앨범 작업을 함께 했던 미국 친구들이 세션을 맡아주기로 약속했다.
"무엇보다 강한 건 내 맘속에 있다. 꿈을 잃은 사람처럼 불행한 이는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