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치라이트] 삼성 루마이나 용병 올리의 삭발 투혼
기사입력 1997년 06월 13일 15시 30분
프로축구 수원 삼성의 루마니아 용병 올리(29.DF)는 최근 아들이 한명 더 늘었다.
둘째형 게오르규(42)의 아들 안토니오(9)
아들 다이엘과 동갑인 안토니오는 젖먹이때 어머니를 여의고 지난 7일 아버지마저 간암으로 잃어 천애 고아가 됐다.
설상가상으로 안토니오는 오른쪽 팔 다리를 전혀 움직이지 못하는 반신불수.
형의 장례를 치르고 11일 서울로 돌아오는 비행기 안에서 올리는 조카의 막막한 처지와 형과의 유별난 인연을 떠올리며 하염없이 눈물을 쏟았다.올리와 게오르규의 '형제애'는 루마니아에서도 소문이 나있다.
신문들도 툭하면 둘 사이의 각별한 관계를 화제로 떠올릴 정도다.
올리가 루마니아 크라이오바팀에서 뛸 때 형은 지방을 멀다않고 올리를 따라다니며 밥 숟가락까지 챙겨주었고, 자신의 사업이 번창하는 것보다 올리가 팬들로부터 박수갈채를 받는 것에 더 감격하곤 했다.
죽음의 그림자를 느끼기 시작한 최근에는 아파트와 상점 등 평생 모은 자신의 재산을 몽땅 올리 앞으로 옮겨놓았을 정도였다.
간암 선고를 받아 한두달밖에 살지 못한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동생의 '한국살이'에 지장을 줄까봐 "오지 말라"고 고집을 피었던 형.
"시즌이 끝나면 꼭 유명한 병원으로 옮겨주려고 했는데"
한국에 머무는 동안만 조카를 큰 형에게 맡기기로 하고 서울로 돌아온 올리는 수원 집에 도착하자마자 삭발을 했다.
어쩌면 올초 자신이 한국으로 떠나오면서 아픔이 더 깊어졌을지도 모를 형에게 속죄하는 뜻에서.
그리고 프로축구 선수인 동생을 그토록 자랑스러워했던 형에게 한국 최고 용병의 영예를 기필코 선사하겠다는 각오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