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승구] '챔프 벨트 이번엔 꼭 두르겠다'
기사입력 1997년 06월 13일 14시 53분
`비운의 복서' 이승구（25．태평체육관）가 필리핀의 국제적인 휴양도시 시부에서 세계챔피언 등극의 뜨거운 집념을 불태우고 있다.
이승구는 14일 시부에서 홈링의 WBC（세계복싱평의회） 슈퍼플라이급 챔피언 제리 페날로사（25）에 도전한다.
이승구의 이번 세계도전은 통산 3번째. `대권 도전' 3수（修）에 나서는 셈이다.
그는 지난 94년 4월 당시 WBA（세계복싱협회） 주니어밴텀급 챔피언이던 오니즈카 가쓰야（일본）에 도전했다가 판정으로 패했고, 95년 5월에는 당시 WBC 슈퍼플라이급 챔피언이던 가와시마 히로시（일본）에 도전했다 역시 판정으로 무릎을 꿇었다.
이승구는 두번의 세계 타이틀도전에서 모두 한차례씩 다운을 빼앗으며 선전했으나 경기장소가 모두 적지（도쿄）인 탓에 편파판정의 희생양이 됐다.
이승구는 두번째 세계도전에서 실패한 뒤 글러브를 벗고 인생의 새길을 찾아나섰다.
공사판 막노동을 시작으로 사설 경호원, 정육점 종업원 등 `처자식'을 부양하기 위해 닥치는 대로 일을 했다. 그는 지난 91년부터 동거중인 김유정씨（25）와의 사이에 1남2녀를 두고 있는 가장.
그런 이승구가 2년여만에 다시 글러브를 끼고 링에 오른 것은 지난 3월초였다.
WBC 슈퍼플라이급 챔피언인 제리 페날로사의 비즈니스권을 사들인 이승훈 극동프로모션 사장이 이승구의 가능성을 믿고 페날로사와의 타이틀전을 전격 성사시킨 게 그 계기.
링으로 돌아온 이승구는 이를 악물었다.
매일 아침 서울 중랑구 용마산에서 15㎞의 로드워크를 하며 체력을 다졌고 총 150여 라운드의 강도높은 스파링을 통해 실전감각을 익혔다.
상대인 페날로사는 왼손잡이 받아치기의 명수로 35승1무1패（23KO）를 기록중이다.
통산 18승4패（13KO）의 전적을 보유중인 이승구는 "이번 타이틀전은 하늘이 내게 준 마지막 기회"라며 "화끈한 KO로 기어코 세계챔피언에 오르겠다"고 다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