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세원] 웃음 인생 19년 세월도 비켜간 40대 청춘

기사입력 1997년 06월 10일 16시 16분


개그맨 서세원. 한번은 항의전화를 받았다.
"에이 여보시오, 가뜩이나 못생긴 얼굴을, 그렇게 찌그려뜨려 놨으니 어떡할거요?"
거두절미(去頭截尾), 본론부터 말하는 사내. 다분히 장난기도 없지 않았다.
가뜩이나 못생긴 얼굴=개그우먼 김미화, 사내=김미화 남편.
KBS 2TV의 '코미디 세상만사', '꿀물' 코너의 촬영 현장.
"김미화씨를 안아서, 침대에 살짝 내려놔야 하는데 내발이 어딘가에 걸려 휘청거리다 그만 던지고 말았다. 그통에 김미화시는 침대 모서리에 얼굴을 찧고 말았던 거다. 김미화씨 남편에게 한동안 얼글을 들 수 없었다."
전천후개그맨 서세원. 19년 묵은 고참.
'아니껍십니껴?' '영숙이 , 숙제했니?' '오늘은 왠지!' '명퇴해서 큰일이야!'등 유행어 제조기.
출연중인 프로만도 넷. 모두 3년 이상된 장수물.
'코미디 세상만사','KBS 2TV '서세원의 화요스페셜'과 '행복이 가득한 집', KBS 2FM'서세원의 가요산책'
신세대 개그맨들이 판치는 개그계. 그러나 쉰세대 개그맨,서세원도 판친다.
누군가는 귀뜀한다.
"서세원은 기본기가 탄탄하다. 대본없이도 두시간 정도는 관객들을 쥑여 준다. 쓸데없이 튀려고도 않는다. 넉살좋은 '이웃집 아저씨'다."
서세원 충주 태생. 대전 삼성초등학교-부산 대신중-대구 대륜고-경기대 국문학과 졸.
초등학교를 8번이나 옮겨 다녔다. 역장인 아버지를 따라 이곳저곳으로 흘렀기 때문.
서세원의 유년기. 청소년기는 기찻길에 묻혀 있다. 눈내리는 플랫폼, 윙윙 울어대는 전선. 목쉰 안내방송. 넝마주이들의 눈물같은 깃발. 떠나는 사람. 보내는 사람, 이삿짐. 낯선 도시. 낯선거리.
서세원 유랑극단의 포스터였다. 정녕없었다. 정붙이고 살 곳은.
"아버지는 막내인 나 만큼은 한사코 데리고 다녔다. 부초였다."
'개그맨'의 조짐은 중학생때부터 불거졌다.
"나의 할아버지는 34인 독립운동가 중의 한분이셨지. 파고다공원에서 독립만세를 불렀는데. 용케도 일본 순사에게 잡혀가지 않았지 뭐야. 왜냐구? 중국요리집에서 힌트를 얻어 '대한 독립만두'라고 외쳤거든."
고교생때. 존 덴버의 '로키마운틴 하이' 그리고 비틀스의 '예스터데이' 등에 정신없이 함몰한다.
이와 함께 미우라 아야코의 '양치는 언덕' '광개토대왕'등을 읽어 치운다. '잡식성 독서광'
후 황순원의 '카인의 후예' '소나기'에 감동한다. 최인훈의 '광장', 이문열의 '사람의 아들' '김삿갓'을 읽으면서 문학을 느낀다.
대학 3학년 때의 봄날. 명동을 어슬렁댔다. 청바지에다 헐렁한 티셔츠, 껄렁한 대학생폼. 우연히 영화감독 박철수에게 걸려든다.
영화 '머저리들의 긴 겨울'의 '껄렁한 대학생'역으로 영화에 데뷔.
이게 히트. 얼마후 TBC TV의 '개그 콘테스트'가 있었다.
"박감독의 지령으로 응시했다. 턱걸이로 붙었다. 그런데도 우쭐됐다. '타고난 개그맨'이라며. 얼마후 이상업 PD의 지명에 따라 몇 몇 '띠 프로'에도 나갔다. 기고만장했다."
그러다 MBC TV로 옮긴다. '청충행진곡' '청춘만만세' 등의 프로에서 주가를 올린다. 92년 SBS TV의 '1969년 그 겨울'에선 산동네 과부역으로 나온다.
'남자가 웬 여자? 쇼무대도 아니고' '괜찮다. 참신한 시도다'. 상반된 반응이 일었다.
94년 KBS TV로 간다.
"나이가 선생이다. 이제 시-애청자의 입장에서 생각한다. 겸손해지려고 한다."
그 탓인지 서세원의 인기는 이제 총체적이다. 아이에서부터 어른에 이르기까지.
아내 서정희는 CF모델. 서세원과 함께 '하이타이' CF에 출연. 서세원의 마수에 걸려 열애에 빠진다. 그 1년 뒤 결혼. 지금 중 1짜리 딸과 초등학교 5학년짜리 아들을 두고 있다.
개그맨 서세원. 요즘 격세지감을 느낀다. 10년전만해도 '개그맨 대접'은 썰렁했다. 길을 걷다 흔히 듣던 말.
"짜아식, 서세원 아냐?" "어이 서세원, 세원아."
엄청 열받았다. 그러나 요즘은 다르다. "서세원씨 존경해요."
가수 전영록, 개그맨 이홍렬 김미화, 개그작가 임기홍과 친하다. 대개 또래들이라 맘 편하다.
코미디언 고 서영춘 선생을 존경한다. '숨돌릴 새없이 몰아치는 순발력'이 일품이었다고 기억한다.
"다큐멘터리 '세계의 오지'같은 프로의 MC를 하고 싶다.최소한 내게만이라도 정직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