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술교양서] 잇달아 출간
기사입력 1997년 06월 09일 14시 07분
개성있는 미술교양서들이 연이어 나오고 있다. 에세이나 기행문 형식을 빌려온 책도 있고, 전문적인 내용을 다룬 책도 있다.
미술평론가 이주헌씨가 내놓은 `내 마음 속의 그림'(학고재)은 `이주헌의 행복한 그림 읽기'라는 부제대로 필자의 `애장 컬렉션'을 열어보인 책.
미술과 대중의 거리를 좁히려 의식적으로 쉽게 쓴 탓인지 `미술에 관한 글은 어렵다'는 선입견을 단번에 깨버린다. 필자 자신이 먼저 반했던 작품들의 컬렉션을 내보이며 "나만 즐기기 아까우니 함께 즐기자"고 유혹한다.
언급하고 있는 작가와 그림도 도식적이지 않다. 그러나 고전과 현대, 우리작가와 외국작가를 종횡무진 넘나드는 글은 미술교양서로 한점 손색이 없다.
`시대의 우울_최영미의 유럽일기'(창작과비평)는 `서른, 잔치는 끝났다'로 유명한 최영미시인의 유럽미술관 관람기이며 여행기.
최씨 또한 지루해지기 십상인 `미술관 안내서' 대신 자신의 개성적인 그림 감상문을 썼다.
시적인 감성이 넘치는 그의 글은 명성 때문에 화석화된 숱한 명화들을 우리앞에 다시 불러내 살아 숨쉬는 듯한 생명체로 다시 보여준다.
미술평론서이면서 여행기이기도 한 독특한 책으로, 최씨의 발길을 좇아 유럽의 미술관을 순례하다 보면 어느덧 미술에 관한 소양이 쌓인다.
서울대 미학과를 졸업하고 독일에 유학중인 진중권씨가 펴낸 `춤추는 죽음 1'(세종서적)은 서양미술에 나타난 죽음의 미학을 탐구한 전문적인 책이다.
죽음을 대하는 인간의 태도는 시대에 따라 다르다. 그에 따라 미술작품에 나타나는 죽음의 이미지와 의미도 사뭇 다르다.
예를 들어 `그리스도 책형'이란 오래된 소재는 시대에 따라 다른 모습으로 변주된다. 중세와 르네상스, 바로크시대의 그림들을 비교해보면 그 변화의 모습을 쉽게 알 수 있다.
두권으로 기획된 책 가운데 먼저 나온 `춤추는 죽음 1'은 중세를 거쳐 르네상스와 바로크시대의 미술작품들을 분석한다. 2권은 필자가 원고작업중으로 낭만주의 시대와 현대의 미술작품들을 언급할 계획.
미술평론가 김영재씨가 내놓은 `귀신먹는 까치호랑이'(들녘)는 대중독자를 위한 민화(民畵) 입문서.
김씨는 이 책에서 민화에 얽혀있는 우리문화의 수수께끼를 풀어본다.
김씨는 민화의 족보를 따지는 일에서부터 시작, 민화 속에 그려진 상징체계를 하나하나 해석하면서 민화의 새로운 이름으로 천인화(天印畵)를 내세우기까지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