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석] 불참팀 많은 '종별배구' 이대로 좋은가
기사입력 1997년 06월 06일 14시 42분
97종별 배구선수권대회가 벌어지고 있는 수원실내체육관.
국내의 초등학교팀부터 실업팀까지 모든 팀이 출전한다고 해서 이름은 `종별 대회'다.
하지만 속을 들여다 보면 이같은 이름은 그야말로 `명칭'에 불과할 뿐이라는 사실을 쉽게 확인할 수 있다.
지난 46년 시작돼 올해로 52회를 맞은 이 대회는 명목상의 `국내 최대 배구잔치'.
올해 출전 팀 수를 보면 대회 존립 자체까지 의문시 된다.
지난 대회 남자일반부 우승팀 현대자동차써비스가 불참한 것을 비롯해 남자 일반부는 4개팀, 여자일반부는 3개팀만이 출전함으로써 토너먼트 자체가 불가능해 졌고 대학부는 한양대와 인하대 단 두 팀만이 출전해 한경기로 우승팀과 준우승팀을 가리는 웃지 못할 장면마저 연출하게 됐다.
이러한 상황까지 치닫게 된 가장 큰 책임은 협회의 구태의연한 태도에 있다.
실업과 대학 팀들은 약 3개월 동안 계속되는 슈퍼리그에 모든 초점을 맞추는 상황이고 실업배구대제전과 대학배구연맹전만을 염두에 두고 있다.
실제로 많은 실업과 대학 팀들이 슈퍼리그 이후 선수 부상과 팀 사정을 들어 종별선수권에 불참을 호소하고, 마지 못해 출전해 온 것이 어제 오늘의 얘기가 아니다.
또 많은 대회로 인한 선수 체력의 한계와 경기의 질적 저하라는 문제 제기도 배구인들 사이에서 심심찮게 들을 수 있다.
하지만 협회는 무사안일한 태도로 대회 개최 자체에만 의미를 두고 있는 실정이다.
종별선수권은 실업과 대학이 주인공이 아니라 초－중－고등부 꿈나무들이 주역이라면 초－중－고등부를 분리해 더 나은 대회를 만들 수도 있다.
대다수 배구인들은 협회가 매년 맥빠진 종별선수권대회만 치를 게 아니라 과감하게 대회를 개편, 팬들과 가까워지는 대회를 만들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협회가 타성에 젖어 시대의 변화에 발 맞추지 못하고 어제와 오늘이 하나도 다를 바 없다면 정작 `배구발전'이라는 큰 명제에 대한 접근은 요원할 수 밖에 없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