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여옥의 야구세상] '야구선수 아내'의 조건
기사입력 1997년 06월 04일 13시 43분
용기있는 남자가 미인을 차지한다는 말 그대로 야구선수들의 부인을 보면 대개들 미인이 많다.
젊고 어여쁜 여자를 좋아하지 않을 남자는 없는만큼 돈과 명성을 지난 야구선수들이 미모의 여성과 결혼하는 것을 비난할 생각은 없다.
그렇지만 내게 만일 의견을 물어본다면 `이의있다'고 말하겠다.
프로야수 선수는 참 특수한 직업이다.
몸이 재산이고 끊임없는 두뇌훈련이 이뤄져야 한다.
그 뿐 아니라 `시한적 직업'으로서 돈, 경력, 끊임없이 이어지는 훈련 그리고 지방경기 등 한시도 갈등과 긴장이 떠나지 않는 직업이다.
그런만큼 진짜 부인을 잘 둬야 한다.
나는 일본에서 이 프로야구 선수의 `성공적인 결혼'을 본 일이 있다.
일본야구계의 스타인 오치아이의 부인이 그 예이다.
일본의 젊은 아가씨들이 `좋아하는 여성 넘버원'으로 꼽았는가 하면 주부들이 `보기만 해도 기분좋은 여성'으로 꼽기도 했다.
그렇다면 이 오치아이 선수의 부인 노부코는 어떤 여성인가?
한마디로 예상을 뒤엎는 여성이다.
일단 남편보다 여섯살이 연상이다.
물론 결코 젊지 않다.
게다가 미모인가 하면 그역시 거리가 멀다.
물론 날씬과는 거리가 먼 넉넉한 몸매를 지니고 있다.
우리나라와 달리 유명인에 대해서는 잔인할 정도로 상처를 주고 노리개처럼 몰고 있는 일본 언론들은 오치아이의 플레이가 조금만 무너져도 `이제 끝난 오치아이' `대형쓰레기로 전락'하는 식으로 보도를 한다.
게다가 없는 이야기를 만들어내는 일본언론에는 `오치아이에게 젊고 싱싱한 애인' `외아들 외에 또 아들 있어' 등등의 폭로기사가 실린다.
바로 이럴때 오치아이 부인의 진가가 발휘된다.
그 엉터리 기사가 나온 신문사 편집국을 찾아가 마구 따지며 편집국을 들었다 놨다 하는 것이다.
이에 그치지 않고 그 기사를 쓴 장본인에게 `당신도 기자냐'고 단도직입적으로 맹공을 퍼붓는다.
또한 남편의 온갖 스케줄은 물론,달려들어 남편을 취재하려는 사진기자나 카메라맨과는 몸싸움을 하다시피 하며 과감히 차단한다.
남편을 위해서는 못할 일이 없는 것이다.
그 눈부신 활약에 대해 일본 언론들은 두손 다 들고 `오치아이_왜 이혼 안하나?'하는 한탄조의 기사를 싣기도 한다.
재미있는 것은 오치아이의 반응이다.
`마누라만큼 최고의 여자가 없다'는 것이다.
모든 것을 부인이 다 해줄뿐 아니라 해결사 노릇까지 해주기 때문에 오로지 운동에만 몰두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자기 아내는 너무도 여성적이고 마음이 약해 자신이 항상 마음을 써줘야 한다고 덧붙인다.
이 정도면 천생연분이라고 할 수 있다.
어쨌든 오치아이는 듬직한 보디가드겸 매니저 누나 엄마같은 여성과 결혼해 일과 결혼을 동시에 성공시키고 있다.
나는 개인적으로 남편이 선발투수라면 부인은 구원투수라고 생각한다.
이 거친 승부의 세계와도 같은 세상에서 야구선수를 비롯한 모든 이 세상 남자들은 `현명한 선택'을 했으면 한다.
젊고 미모의 여성에서 벗어나 `듬직한 동반자'를 구하는 것이 이 인생이라는 `게임'에서 승리하는 것이라고 말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