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성현] '철가방'시련 딛고 월드스타로
기사입력 1997년 06월 03일 15시 09분
중국집 `철가방' 출신 배구선수 김성현（26．1m87）이 겹경사를 맞았다.
난생 처음 태극마크를 달고 출전한 97월드리그 국제남자 배구대회에서 일약 세계적인 세터로 떠올랐고, 철없던 신입생시절 배구 합숙소 `탈출'을 감행했던 모교 한양대에서 다시 학업을 계속할 수 있게 된 것.
한국이 세계배구 왕중왕전인 97월드리그 예선 C조에서 96월드리그 3위, 96올림픽 4위팀 러시아에 2연승을 거둔 것은 그의 탁월한 토스솜씨 때문이었다.
월드리그 첫 출전임에도 매경기 50％가 넘는 토스 성공률로 세터랭킹 6∼8위권을 오르내려 `월드 스타'라는 별명을 얻은 것.
이에 `화답'이라도 한 듯 그의 모교인 한양대는 최근 신입생 시절 학업을 중단했던 그에게 재입학 결정을 내렸다.
그가 배구 `혐오증'에 빠진 것은 한양대 신입생이었던 지난 90년.
배구명문 마산 중앙고 재학때만 해도 차세대 스타로 손꼽히던 그는 `한양'에 입성하면서부터 딜레마에 빠졌다.
아무리 공을 쳐대도 도무지 발전이 없었고, 희망이었던 태극마크는 다가갈 수 없는 신기루였다.
울컥하는 심정으로 합숙소를 `탈출'해 찾아간 곳은 고향 제주도.
하지만 코트를 떠난 그가 할 일은 아무 것도 없었다.
그래서 중국집을 운영하는 선배를 찾아가 `철가방'을 자청했다. 틈틈이 거리의 휴지를 주워담는 `넝마주이' 아르바이트도 했다.
이때 `세터 가뭄'에 시달리던 현대자동차써비스가 그를 수소문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눈물겨운 설득이 잇따랐다.
강만수 감독은 큰형님같은 마음으로 그를 받아들였다.
그는 강감독의 배려로 지난달초 난생 처음 국가대표로 선발됐다. 그가 첫 출전의 97월드리그서 스타로 떠오른 것은 밑바닥 인생에서 다진 `잡초 근성'때문인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