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세대] '란제리 패션' 확산
기사입력 1997년 05월 30일 14시 37분
"속옷을 겉옷처럼."
란제리의 겉옷화 바람이 거세게 일고 있다.
속옷맵시가 각광을 받으면서 섹시한 아름다움을 강조하던 란제리가 겉옷과의 벽을 무너트리면서 거리의 패션문화로 부상하고 있다.
예년의 경우 겉옷의 재봉선이 보이도록 해 옷을 뒤집어 입은 듯한 인상을 주거나 팬티의 끈부분을 핫팬티의 위까지 올려 보이도록 하는 정도로 란제리는 어디까지나 겉옷의 `안쪽'을 벗어나지 못했다.
하지만 요즘 들어 젊은이들의 패션연출이 대범해지면서 내의 같은 속옷을 입고 거리를 활보하거나 나이트클럽을 찾아 무대를 휘젖는 게 자연스러워지는 `기현상'을 보이고 있다.
슈미즈를 비롯해 가랑이부분을 투명천으로 가린 원피스수영복, 배꼽티풍의 레이스 브래지어 등 팬티와 브래지어를 대신하는 란제리의상을 망라하고 있다.
이지영양（21．S대 3년）은 "란제리풍 겉옷은 일반 겉옷과는 달리 특유의 섹시함과 편안함을 동시에 추구할 수 있어 좋다"고 말했다.
서울 워커힐호텔의 나이트클럽인 `제스티'가 최근 마련한 란제리페스티벌에는 40여 명의 남녀가 란제리만을 입은 채 콘테스트에 참가, 300여 명의 입장객들 앞에서 거리낌없이 춤을 추며 섹시함을 뽐내 관계자들을 놀라게 하기도 했다.
물론 요즘 젊은이들이 겉옷처럼 입고 다니는 란제리는 기능성만을 추구하던 옛날과는 달리 패션성을 강조, 오히려 겉옷으로 입는 게 당연하게 보일 정도로 내의의 한계를 벗어나고 있다.
패션전문가 박창모씨（34）는 "란제리패션은 의상이 제2의 피부로써 단순히 노출보다는 인간 본래의 아름다움과 본능을 추구하려는 신세대 젊은이들의 욕구와 맥을 함께 한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좋은사람들이나 캘빈클라인, 와코르, 트라이엄프 등 내의업체에서는 겉옷풍의 란제리를 앞다퉈 내놓아 멋쟁이 젊은이들에게 호평을 받고 있다.
시슬리나 윈, 미샤, 마인, 아나카프리 등의 캐주얼 브랜드들도 배꼽티풍의 브래지어를 내놓아 선풍적 인기를 끌고 있기는 마찬가지.
현대백화점 역시 지난 27일부터 오는 6월1일까지 서울 압구정동 본점 지하 백조광장과 옥상조각공원에서 란제리 패션쇼와 란제리 영상쇼를 개최, 매일 수백 명의 인파가 몰리는 등 `란제리 특수'에 즐거움을 감추지 못하고 있으며 이에 발맞춰 영화수입업체인 신도필름은 `란제리'라는 영화를 수입, 오는 6월 중순 국내에 개봉할 예정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