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희라] 두얼굴 연기
기사입력 1997년 05월 29일 14시 51분
`정때문에'가 진짜냐, `여자'가 진짜냐.
KBS와 SBS에서 잘 나가는 드라마에 출연하고 있는 하희라의 두가지 머리중 어느게 가발이냐는 시청자들의 호기심이다.
`정때문에'에서는 웨이브진 커트머리, `여자'에서는 긴 생머리. 상식적으로 긴머리가 가발일 듯 싶지만, `정때문에'의 하희라 커트가 어딘가 어색해 보이고, `여자'에서의 긴 생머리는 정말 감쪽같다. 결론은 `정때문에'의 커트가 진짜.
머리스타일 만큼이나 상반됐던 두 드라마에서 하희라의 역할 변신이 놀랍다.
`은표'와 `기남'.
`정때문에'에서는 똘똘하고 야무진 여자 `은표'이고, `여자'에서는 착하디 착한 순둥이 `기남'으로 출연한다.
KBS 1TV 일일극 `정때문에'는 최근 최고시청률을 기록하고 있는 인기톱 드라마. 강부자 정혜선 윤미라 등 중견탤런트들의 탄탄한 뒷받침도 컸지만, 그래도 인기중추는 은표 하희라와 차대기 이재룡.
두 처녀 총각의 밀고당기는 티격태격 사랑이 드라마를 보는 시청자의 잔재미다.
매일처럼 이미 처가인양 찾아오는 이재룡을 개 닭보듯 딴청하더니, 최근 방송악단 첼리스트인 김소연이 나타나 긴장에 빠졌다.
그래도 여자의 자존심에 이재룡만 나타나면 `선본다'고 가짜 전화통을 붙들고 앉아 이재룡을 바짝바짝 약올리다가, 얼마전 통화중인 전화에서 `웬 전화벨'이 울려 산통이 다 깨진 것.
이 전화통 사건때문에 그동안 일진일퇴의 팽팽한 각축전을 벌였던 하희라가 현재 수세에 몰렸다.
SBS 월화드라마 `여자'에서의 참함은 그야말로 한치 양보없는 여자 은표로부터 확실한 둔갑이다.
`기남'. 집안이 좀 어려워 성격이 소극적이 된 것도 있지만, 최근엔 당차고 소유욕 강한 고소영에게 이종원을 뺏겨 마음이 텅 비었다.
이 사이를 비집고 새로 나타난 남자가 동급생 박형준. 조신한 문예창작과 여대생 하희라에게는 더없이 적격인 장난기많고 유쾌한 동급생 청년으로 연약한 하희라를 흔드는 중책도 맡았다.
이종원과는 재작년 히트주말극이었던 `젊은이의 양지'에서 파트너를 했던 인연도 있다.
당시 야망때문에 자신을 버린 남자로 나왔는데, 이번 `여자'에서도 다른 여자로 관심을 바꾸는 `얄미운 사랑'으로 악연이 연이어진 셈.
연기자로서는 당연한 역할 변신. 하희라의 `은표'와 `기남'이 그 예라면 그만이지만, 드라마 인기에는 그래도 아역때부터 한 하희라의 17년 연기경력이 배어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