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창민] '아직은 초보건달'
기사입력 1997년 05월 29일 14시 51분
포장마차 주인들 일수 뜯어먹고 사는 건달이라는데 뭔가 이상하다. 말씨도 공손하고, 여대생과 대화를 나눠도 너무 자연스럽다. 특히 미소가 `너무' 맑다.
손창민이 맡은 MBC TV 수목드라마 `내가 사는 이유'의 진구역에 대한 중간평가. 벌써 "역시 깡패역은 안된다"는 얘기도 나오지만 손창민의 생각은 확고하다.
"아직 초반이니 무슨 깡패가 저러냐는 얘기가 나오죠. 과정이 좀 필요해요."
어린 시절 동네 수재로 꼽혔지만 동생을 죽게 만든 술취한 의사를 보고 눈이 뒤집혀 한 순간에 방화범이 돼 버렸고 출감후 먹고 살기 위해 일수꾼이 된 사내. 그냥 `깡패'의 이미지론 그런 진구가 나타나지 않는다는 주장이다.
특히 누구나 `귀공자'의 선입관을 갖고 있는 손창민이 돌연 다리를 떨며 불량기를 비쳐선 먹혀들지 않을 거란 얘기.
"아직은 대학생을 보면 `나도 저렇게 될수 있었는데'라고 괴로워하는 순수한 면이 있어요. 후반으로 가면서 조직에도 들어가고, 진짜 깡패로 동화돼 가는 모습을 보여주게 되죠."
이번 깡패역을 맡게 된 건 누가 뭐래도 손창민 자신의 `변신'에 대한 의욕 때문. 최근 SBS TV의 신설 주말 버라이어티 쇼 `오 해피 데이'의 메인MC 자리를 수락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손창민이 MC로 나선건 지난 85년부터 4년간 맡은 KBS 2TV `젊음의 행진' 이후 9년만의 일.
`나서서 까불 자신이 없어' MC일은 오래도록 잊고 있었지만 `오 해피 데이'가 10대 위주가 아닌 온 가족 대상의 프로그램이라는 제작진의 설득에 끌렸다.
30대의 가장으로 이제는 시청자들에게 뭔가 책임 있는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는 손창민. "앞으로 정말 해보고 싶은건 코믹한 역할"이라며 웃는 모습에서 가볍지 않은 `연기 생활 4반세기'의 관록이 느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