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性클리닉] 술은 마취 기능을 갖고 있다.
기사입력 1997년 05월 26일 14시 40분
마취제나 마취약이 없던 시절, 환자를 수술할 때 어떻게 통증을 잊게 했을까.
아주 무식해보이지만 술을 마시게 했다.
지금처럼 좋은 마취약이 없던 시절에는 술이야말로 가장 훌륭한 마취제였다.
실제로 미국 남북전쟁 때엔 수많은 부상자를 치료하거나 수술하기 전 정신을 잃을 때까지 양주를 마시게 했다고 한다.
이처럼 술은 마취 기능을 갖고 있다.
술을 조금 마시면 기분이 좋아지고 혈액순환을 도와 건강에도 도움이 된다.
그러나 대부분의 종교에서 `술을 마시지 말라'는 계율을 정해놓고 있는 까닭은 무엇일까.
세상에 술을 적당히 마실 수 있는 사람은 없기 때문이다.
아니, 술의 특성이 적당히 마시지 못하도록 돼있다는 게 정확한 표현일 것이다.
조금만 마시면 기분에도 좋고 건강에도 좋지만 과량섭취가 되면 전혀 엉뚱한 작용을 한다.
간단히 말하면 기분과 건강에 모두 해롭다.
술을 많이 마시면 이성적인 판단을 하도록 하는 뇌의 피질부위가 마비되면서 동물적 원시적 감정이 자극돼 난폭하거나 몰상식한 행동을 하게 된다.
섹스에 있어서도 마찬가지다.
술을 조금 마시고 성행위를 하면 분위기도 살고, 성적 쾌감이 늘어날 뿐아니라 시간도 연장된다.
부인이 고혹적인 목소리로 포도주를 사오라고 남편에게 부탁하는 광고가 나온 것도 이같은 까닭이다.
그러나 문제는 술을 적당히 마시기 힘들다는 점이다.
술은 한번 입에 대기만 하면 거나하게 취하도록 만들고, 심하면 인사불성이 돼 "어젯밤 테이프가 끊어졌다"고 말하는 사람이 있는 것도 이같은 이유 때문이다.
테이프가 끊어질 만큼 취한 사람이 어떻게 성행위를 하겠는가.
마취제를 실컷 복용한 환자가 무슨 감정이 생겨 발기가 되고 성적 쾌감을 느끼겠는가.
미라가 성행위를 할 수 없는 것과 같은 이치다.
주당들이여.
황홀한 밤을 맞고 싶으면 술잔을 내려놓으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