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종범] '방망이 터졌다'
기사입력 1997년 05월 25일 16시 48분
`야구천재'의 진가가 다시 발휘되기 시작했다.
그동안 타격 밸런스가 흐트러지고 메이저리그급이라던 수비 마저 구멍이 생겨 자존심이 상했던 해태 이종범（27）이 별명에 걸맞은 화려한 기량을 되찾았다.
24일 부산 롯데전에서 자신의 통산 4번째 만루홈런 포함, 5타수 5안타의 맹타를 휘두르며 타격판도의 일대 변혁을 예고했다.
이종범은 최근의 가파른 상승세를 바탕으로 지난 3일 이후 21일만에 타율을 3할대（0.316）로 끌어 올려 단번에 타격 10위권에 뛰어 들었다.
이종범은 지금의 기분을 "기나긴 터널에서 빠져나온 느낌"이라고 말했다.
최근 5경기 성적이 20타수 9안타로 타율 4할5푼을 기록할 만큼 맹위를 떨치고 있다.
공격이 살아나면서 수비도 덩달아 안정감을 찾았다.
시즌초반처럼 서두르다 엉뚱한 악송구를 하거나 평범한 땅볼을 뒤로 빠트리는 실수를 더 이상 저지르지 않고 있다.
"지금까지 부진했던 가장 큰 원인은 수비에 있었다. 수비가 마음대로 안되자 공격에서도 밸런스가 무너졌다."
이종범의 마음 한구석에 숨겨놓았던 욕심이 꿈틀거려 오는 건 당연한 일.
시즌전만 하더라도 이종범의 목표는 타격 4관왕.
아직은 공격부문 어느곳에서도 1위에 올라있지 않지만 결코 서두르지 않는 기색이다.
중요한 것은 현재의 컨디션이고 이제 타격감각을 회복한 이상 승승장구할 것을 자신하고 있다.
"지켜봐 달라. 시즌이 끝난 뒤 나에 대한 평가를 해달라."
`야구천재'다운 도도한 자존심이 묻어 나오는 말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