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로비안나이트] 87세 할아버지의 소원
기사입력 1997년 05월 25일 16시 48분
우리나라에서도 과거엔 조혼풍습이 있었기 때문에 옛날이라면 뭐 화제도 못 되는 야그였겠지만 10세 신랑, 11세 신부 얘기가 토픽란에 실렸었다.
이들 열살 안팎의 부부는 동서양을 통해 문명국의 최연소 부부였을 거라고 하는데 이 아해들이 글쎄 이혼을 한다해서 사람들을 웃기고 있다.
법정으로 비화된 그들의 이혼사유인즉 신랑이 신부의 엉덩이를 자주 걷어 찬다는, 말하자면 아내폭행이 문제였단다.
그 꼬마부부의 결혼기간이 겨우 반년도 안됐다 해서 모두들 킥킥댔는데 우리가 지금 웃을 때가 아니다.
요즘엔 우리나라의 이혼율도 무지하게 높아져 가고 있을뿐더러 이미 이혼전의 결혼기간이 짧기는 미국을 앞질러 세계수위를 달리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나라도 결혼한 사람의 25％가 이혼을 한다는데 그걸 실감하려면 주위의 친구들을 둘러 봐라.
아마 열명 중 2, 3명이 이미 깨졌거나 찢어지기 일보직전일 걸. 또 결혼기간은 얼마나 짧은지 아시는가?
제주도에 함께 신혼여행을 갔다가 올 때는 비행기 시간이 서로 다른 경우도 많다고 한다.
아예 예식장에서 나와 바로 법원으로 가는 경우도 없지 않을걸.
옛날 사람들도 감정이 있는 이상 이혼의 충동을 자주 느꼈을 것이다.
그러나 우리 할아버지 할머니들께선 그냥 꾹 참고 살기만 하셨다.
비록 속으로는 이런 마음이 없지 않으셨지만….
군수께서 자기 고을의 한 노부부의 60회 결혼기념식에 참석해 축하를 해 드렸다.
"축하합니다. 그리고 만수무강하세요. 할머니께선 올해 연세가 어떻게 되시나요?"
"87세지요. 우린 17세때 같은 나이로 혼인을 했었다우."
"할머니께선 몇살까지 사셨음 좋겠어요?"
"100살요！"
"할아버지, 할머닌 100살까지 사시고 싶다고 했어요. 할아버진 몇살까지 살고 싶으십니까?"
"난 101살！"
"왜요?"
"솔직히 말해서 할망구가 죽고 나서 없으면 그 1년 동안이 내 생애 최고의 해가 될 것 같거든. 난 하고 싶은 걸 실컷하다 저 세상에 가고 싶어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