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치라이트] 카레이서 맏형에게 배운 근성 '활활'
기사입력 1997년 05월 22일 15시 04분
프로의 세계는 냉정하다. 승부를 먹고 사는 사람들이 모인 곳이기 때문이다.
그런 만큼 승부근성이 없으면 도태되는 곳이 곧 프로무대다.
그래선지 프로축구 전북 현대구단에는 근성으로 똘똘 뭉친 선수들이 많다.
이들 중에서도 바짝 치켜 깎은 머리와 날카로운 눈빛이 예사롭지 않은 김범수（25．MF）는 `왕근성'으로 통한다.
그라운드에 나서면 90분을 폭풍처럼 몰아치며 상대방 문전을 초토화 시켜야만 직성이 풀리는 파이터（Fighter）다.
이런 그를 승부근성에서 두손 들게한 사람이 있다.
바로 맏형인 김정수씨（33）.
김씨는 현재 탤런트 이세창씨와 미국인 여성레이서 등이 소속된 `이글'팀의 주장겸 선수로 많은 레이싱에 참가, 수차례 우승을 거머쥔 8년차 베테랑 프로 카레이서다.
폭발적인 엔진의 굉음과 타이어 타는 냄새가 가득한 경기도 용인 모터파크가 그의 활동무대.
김범수는 형을 한달에 한번 정도 찾아간다.
핏줄의 정을 확인하는 의미도 있지만 자칫하면 큰 부상을 할 수도 있는, 프로축구보다 몇배 더 냉혹한 승부세계에 살고 있는 형으로부터 조언을 듣기 위해서다.
초보시절 찝찌름한 기름을 물마시듯하며 카레이서의 꿈을 불태우던 일, 타이어가 터져 주행이 거의 불가능한 상황에서도 프로근성으로 완주를 강행했던 일,
추돌사고로 며칠간 몸져 누웠다가 다시 재기해 기필코 우승컵을 거머쥐었던 일 등….
이런 저런 이야기를 듣다보면 김범수는 승부욕과 동시에 부끄러움이 꾸물꾸물 올라옴을 느낀다.
`그 많은 경기 동안 조금더 프로정신을 발휘해 끈기있게 뛰고 확실하게 슈팅을 했더라면'하는 후회가 파도처럼 밀려오기 때문이다.
실제로 주위사람들의 자신에 대한 평(評)도 마음에 걸린다.
`파이팅은 좋은데 마무리 기술이 조금….'
하지만 `악바리' 김범수는 언젠가 해낼 것이다.
반드시 멋진 타이틀을 거머쥐고 형보다 더 큰 트로피를 부모님께 안겨드릴 것을 오늘도 다짐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