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로비디오]역전뒤엔 이종범 있었다
기사입력 1997년 05월 22일 00시 22분
살았을 때는 물론 죽은 상태에서도 상대방을 피곤하게 만든다.
이종범은 21일 현대전에서 4타수 무안타로 부진했다.
또 8회초에는 현대 선두 3번 대타 김상국의 평범한 땅볼을 잡아 어이없는 원바운드 악송구를 저지르기도 했다.
`야구천재'다운 화려함과 거리가 먼 날이었다.
그러나 해태의 7대4 역전승 한복판에는 여전히 `죽은 공명' 이종범이 서있었다.
2_4로 뒤진 해태의 5회말 공격.
4회까지 묵직한 구질을 앞세워 4안타 2실점으로 호투하던 안병원은 선두 9번 김종국을 평범한 1루수 땅볼로 잡아 승리투수 요건에 ⅔이닝만을 남겨뒀다.
이어 1번 이종범에게 연거푸 볼 2개를 던지자 안병원은 3구째에 유달리 신중하게 와인드업을 하더니 한가운데에 공을 꽂았다.
하지만 백대삼주심은 "키킹하는 왼발이 멈췄다 올라갔다"며 위장투구로 판정, 볼을 선언해버렸다.
발빠른 이종범이 4구로 출루할 것을 지나치게 의식하다 보기 드문 실수를 범한 안병원은 결국 스트라이크 1개를 잡은 뒤 4구를 내주고 말았다.
1루에 나간 이종범이 리드폭을 길게 잡으며 계속 들락날락거리자 안병원은 무려 5개의 견제구를 던지는 동안 리듬이 흐트러지면서 2번 김병조에게도 4구를 내준 뒤 3번 이호성의 적시타로 무너지고 말았다.
아무것도 한게 없는 듯 보인 이종범이지만 단지 존재만으로도 영향력은 컸던 셈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