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제의인물] 대만 남자 배드민턴 코치겸 선수-천 펑
기사입력 1997년 05월 16일 14시 45분
"통역은 필요 없습니다. 한국말을 조금 할 줄 알아요."
대만 남자 배드민턴 대표팀 코치 겸 단식 선수인 천 펑（30）.
IBF（국제배드민턴연맹） 단식 랭킹 6위로 이번 대회 출전 선수 가운데 가장 높다.
그런 그가 한국어를 능숙하게 구사, 대회 관계자와 자원봉사자들을 의아하게 만들고 있다.
화교인 천 펑의 출생지는 인도네시아 자카르타.
7세이던 지난 74년 처음 라켓을 잡은 뒤 `펑퍼마디'라는 인도네시아명（名）으로 IBF에 등록, 국제 무대에서 이름을 날려 왔다.
그러던 중 지난 90년 한 대회에서 알게 된 한국 선수와 사랑에 빠졌고 이를 계기로 한국어를 배우기로 결심했다.
운동 짬짬이 시간을 내 6개월간 독학한 끝에 어느 정도 의사소통이 가능한 수준에 이르렀다.
하지만 국경을 넘나든 이들의 애정은 결실을 맺지 못한 채 아쉽게 마침표를 찍었다.
그래도 천 펑은 동남아 지역에서 벌어지는 대회에서 한국 선수단의 통역을 자처, 도움을 아끼지 않았다.
지난 95년 그는 텃세가 심한 배드민턴 최강국 인도네시아에서 선수생활에 한계가 있다고 판단, 대만으로 귀화했다.
대만 은행인 합작금고（合作金庫） 소속으로 지난해 홍콩오픈, 중국오픈, 그랑프리 파이널 등 국제대회에서 3관왕에 오르며 절정의 기량을 뽐냈다.
그런 그가 이번 대회 출전 엔트리 제출시 처음으로 `천 펑'이라는 중국 이름을 사용했다.
이 바람에 대회 조직위는 그를 무명 선수로 판단, 시드 배정없이 대진 추첨을 완료했다.
그런데 입국 후 훈련장에서 그를 알아 본 한국 대표팀 김영만 감독이 `펑퍼마디'와 `이명동인（異名同人）'임을 지적했다.
대회 참가규정과 IBF 자문을 거쳐 그의 출전 자격에 아무 문제가 없다고 판단하고 대진 추첨을 재시행, 톱시드를 받게 됐다.
천 펑은 "한국은 또다른 고향 같다. 출전 과정에서 우여곡절을 겪었지만 기필코 금메달을 따내고 말겠다"는 강력한 의지를 밝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