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하목사] 장애인 보금자리 어디없나요
기사입력 1997년 05월 15일 15시 05분
"장애인들이 마음놓고 살 곳은 없나요?"
사회에서 소외된 장애인과 무의탁노인들이 모여 사는 `즐거운 집'（서울 송파구 오금동 104의 1）을 운영하고 있는 김정하목사（53）는 요즘 `하루살이' 인생을 사는 기분이다.
관할 구청으로부터 자진 철거명령을 받은 데 이어 최근에는 경찰에 고발조치돼 출두명령서까지 받은 것.
사유지인 그린벨트 안의 공터에 무단으로 컨테이너 임시 숙소를 설치한 것이 도로계획법및 건축법에 위반된다는 이유 때문에서다.
"현재 이곳에는 자활능력이 없는 장애인과 무의탁노인, 정박아 등 15명이 살고 있습니다. 몸이 성치 않은 것도 어려운데 마음놓고 살 공간 조차 없다는 현실이 너무 가슴 아픕니다."
김목사의 이삿짐 싸기가 시작된 것은 지난해 6월.
지난 93년부터 기거했던 서울 가락동의 천막교회가 재개발로 헐리면서 졸지에 거리로 나앉게 된 것이다.
이 때부터 살 만한 곳을 찾아다녔으나 "애들 교육에 안 좋다", "집값이 떨어진다"며 주민들이 들고 일어나는 통에 다섯 차례나 이삿짐을 싸야 했다.
그래서 아예 이동 컨테이너를 3채 구입해 둥지를 튼 곳이 현재의 이곳.
"사회 인심이 너무 야박합니다. `고통을 나누자', `사랑을 나누자'고 말은 하면서도 막상 자신과 이해관계가 있을 때는 냉정하게 등을 돌리거든요."
김목사가 장애인 돕기에 나선 것은 지금으로부터 4년전.
한 장애인이 사회의 무관심 속에 굶어죽었다는 신문 기사를 접하고 부터였다.
두살때 소아마비를 앓아 두 발을 쓰지 못하는 그 역시 장애인이었기에 느끼는 감회는 남달랐다.
그는 지난 93년 봄 서울 가락동 개농공원 뒤편 공터에 천막교회를 세우고 장애인들이 꿋꿋하게 살아갈 수 있도록 복음을 전하기 시작했다.
지금까지 이곳을 거쳐간 장애인은 수백명.
사회에 적응하지 못하며 겉돌던 이들은 김목사의 교화 덕에 사회에 다시 복귀해 열심히 살아가고 있단다.
하지만 장애인들에게 꿈과 희망을 주었던 소중한 보금자리는 이제 곧 헐릴 위기에 처해 있다.
"장애인들이 마음놓고 숨쉴 수 있는 조그만 공간이 있다면 그곳은 바로 천국일 것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