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8공화국] 조직강화 (5)
기사입력 1997년 05월 15일 14시 27분
장국장. 92대선 때부터 선거운동에 뛰어들어 권력 외곽에서 힘을 키워온 인물.
갑자기 불어난 재산에 대해 할 말도 많은 사람이다.
그는 다른 동료들처럼 청와대내 권력기관으로 들어가지 않았다.
권력기관에 투입된 사람들은 그 내부에서, 외곽지대 사람들은 외곽에서 조직과 돈을 관리하고 있다.
때가 되면 이들이 모두 한명의 대권후보를 집중으로 도울 것이다.
자신들의 혈맹동지들이 대거 대선에 투입되어 대통령을 만든 뒤, 그 힘을 이용하여 권력의 지분을 배분받을 것이다.
그리고 언젠가는 자신들의 중심인물을 대통령으로 만들 것이다. 장국장은 허원행에 대해 여러가지로 생각하고 있었다.
어차피 자신들의 약점인 테이프를 소유하고 있다. 그것을 보호하는 대가로 차영일의 회사를 대기업에 비싸게 팔아주었다.
그때만 하더라도 허원행을 자신들 외과조직의 일원으로 흡수할 생각까지 가지고 있었다. 그러나 그가 튀는 방향은 마치 개구리같아서 알 방법이 없었다.
`그래. 고름은 피가 되지 못해.' `비젼 21'창간 때만 해도 외곽세력의 희망을 버리지 않았으나 막상 책이 나오자 긴장에 휩싸여 버렸다.
박태준 전 포철회장을 표지인물로 그려 넣은 것이다. 적어도 대통령이나 아니면 김현철 얼굴을 넣었으면 좋겠다는 의사를 무시한 것이다.
그리고 이 표지인물 선정으로 자신들의 정치행보와 뜻이 다르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분명히 금을 긋자.'
창간기념 리셉션엔 초청도 못받았다. 놀란것은 이 잡지의 명예회장인 허의원도 마찬가지였다. `어, 이게 아닌데'라며 허원행을 만났지만 그의 설득에 반론을 펴지 못했다.
"모르시는 말씀입니다. 박태준 회장님은 TK세력이며 대통령에게 수모를 당한 인물인건 분명합니다.
그렇다고 JP나 DJ의 인물도 아니지 않습니까. 무색무취이면서도 정가에는 언제나 회오리를 일으킬 수 있고 또 지금같은 불경기 때 경제거물을 표지로 싣는다면 국민들 관심을 끌기에 충분합니다.
여야 어느 대권후보도 이 시점에서 TJ를 표지에 실었다고 불만을 가질 사람은 없습니다." 허원행의 예측은 적중했다.
`박태준 돌아오라！ 한국경제가 어렵다.' 이런 타이틀 아래 박태준 회장의 얼굴이 실리자 잡지는 초판부터 찍기가 바빴고 창간 리셉션에 참석한 대권후보들은 모두 고개를 끄덕였다.
어느 누구도 박태준 전 회장과 등을 질 이유가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막판에 표지 인물을 바꾼 진짜 이유를 사람들은 잘 모르고 있었다. 곧 한보철강이 무너지고 철강 전문가이며 대부인 박태준같은 인물이 그리워 지리라는 사실을….
끽…. 자동차가 멈춰 섰다. 장국장의 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