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로비안나이트] 순간의 흥분을 못참아
기사입력 1997년 05월 12일 15시 14분
필자가 이 글을 쓰고 있는 동안에도 방송에서는 어처구니 없는 살인사건들에 대해 보도를 해대고 있다.
내 옆자리에 다른 구두 수선소를 낸 사람을 죽여서 몰아낸 사건, 오징어 구이 노점상이 권리금 때문에 친구를 한강에 수장시킨 사건, 단돈 4만원 때문에 다른 사람을 나무코트 입히고(죽게하고) 등등.
순간의 흥분을 못 참는 사람은 '캬악!'한 뒤에 무슨 사고든 저지르고 만다.
빈대 한 마리 잡기 위해 초가삼간 다 태웠다느니, 홧김에 서방질했다느니, 이웃이 3000cc짜리 자동차를 사니 전세를 사글세로 바꿔서 3500cc짜리를 사는 경우들이 해당한다.
지난 회에 이미 얘기했지만 이런 사람들은 본능적 감정만을 관장하는 감성뇌만 이상 발달했고 이를 억제하는 도덕적이고 지적인 이성뇌는 퇴화한 '골이 빈' 샅태다.
그런데 사람들 중에는 튀고 싶어 하는 별종들이 간혹 있다.
'나는 너무 침착하고 분별력이 뛰어나서 재미가 없다더라. 나도 골을 확 쏟아 버리고 빈 상태를 유지하고 싶다'라는 사람이 있을 거라는 말이다.
그런 사람들을 위한 '이성뇌 퇴화법(골빈 사람이 되는법)'에 대해 설명해 드리겠다. 다음의 수칙을 금과옥조로 여기고 살지어다.
하나, 규칙적인 생활은 신체와 정신을 정돈시키는 결점(?)이 있으므로 수시로 생활사이클을 엉망이 되게 한다.
두울, 세상을 사는데 목표를 세우는 건 거추장스럽다. 순간순간 알아서(되는 대로)산다.
세엣, 만사에 피해의식을 갖는다. 담배를 정가에 사면서도 나만 제 돈 주고 사는 건 아닐까 하는 의심을 갖는다.
네엣, 왜 셋이 아니고 넷이냐구? 그런 거 따지면 골 빈 사람이 되긴 요원하다. 순서와 시간, 수치 그런건 무시하고 산다.
다섯, 남이 발을 밟는 정도의 잘못은 사형감이라고 소리를 지르고 내 잘못은(이를테면 수천억원을 뇌물로 받더라도) 아무 일도 아니라고 항변한다.
여섯, 대인관계는 가능한한 최소한으로 한다. 이 사람 저 사람하고 대화를 하다보면 모르는 세상에 대해서도 알게 되고, 그래서 다시 골이 차서 무거워진다.
식구들 하고도 말을 하지 말고 맘에 드는 몇사람 하고만 워커힐 등지의 비싼 구석방에 숨어서 이야기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