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내장외] '쌕쌕이'전준호의 친정나들이
기사입력 1997년 05월 11일 15시 24분
"안녕하세요. 왕년의 톱타자가 왔습니다."
10일 오후 6시 인천 모호텔.
롯데 선수들의 저녁 식사 도중 옛동료 한명이 예전에 입던 `전투복'을 들고 호텔 1층 식당에 들어섰다.
현대 전준호（사진）가 6년간 정들었던 거인 유니폼과 점퍼를 반납하러 롯데 숙소에 들른 것.
머쓱하게 코칭스태프와 인사를 나눈뒤 공필성 김영일 등을 끌고 인천 명물 이화순대집엘 들러 그간 나누지 못했던 이야기를 풀어 놓기 시작했다.
"방망이도 잘 맞지 않으면서 왜 그리 싱글벙글이냐."（공필성）
"그냥요, 좋잖아요."（전준호）
1할대의 부진한 타격에 특기인 도루도 신통치 않은 요즘의 전준호지만 입에서 순대 파편을 튀겨가며 연신 `새 집' 자랑이다.
"야구만 열심히 하면 다른 건 신경쓸게 없더라구요."
전준호가 늘어놓은 자랑은 우선 구단의 확실한 지원.
구단에서 인천 연수동으로 새보금자리를 트는데 보태 쓰라고 이사보조비만 300만원을 선뜻 건넸다고 한다.
`보물같은' 톱타자라고 장비면에서도 특급 대우.
방망이 20자루를 구입한뒤 값을 치르려 하자 `일단 한번 써보시라'며 구단측에서는 극구 거절했다고 한다.
입담 좋은 공필성이 귀만 기울이는 3시간 동안 순대 3접시는 비워지고 어느덧 돌아갈 시간.
"괜히 방망이도 안맞고 그러니까 허풍만 늘은 것 아냐."
"글쎄요…. 최고 대우를 받긴 받나봐요."
숙소로 돌아오는 공필성과 김영일에게 활기찬 옛동료의 얼굴이 자꾸만 떠오르는 것은 무슨 이유일까.
